진료비 고정관념 깨졌지만 '불공정성' 논란
법원, 동일한 원외처방약제비 소송 8개병원 중 1곳만 50% 인정
2013.09.29 20:00 댓글쓰기

50여개 대학병원들이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대법원이 병원 외 건강보험공단 책임을 적시, 진료비에 대한 재판부의 고정관념은 무너지는 모습이지만 각 병원 간 책임비율이 달라 판결의 공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대법원이 "급여기준 초과 원외처방의 책임을 병원에게 모두 지게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고법에 "병원-공단 간 책임비율을 재산정하라"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후 8개 병원 중 7개 병원은 원외처방액에 대한 80%의 책임을 선고받은 반면 1개 병원은 50%의 책임비율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아래 표]

 

이를 놓고 20%의 원외처방 타당성만을 인정받게 된 7개 병원은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책임비율을 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재판결과에 불공정성과 불만을 표명하는 모양새다.


고려대, 이대, 경희대, 인제대, 등 20% 승소 판박이 판결을 받은 병원들이 50% 승소한 백제병원에서 재판부가 인정한 병원, 공단 외 약사, 국가 책임 비율이 자신들의 재판과정에는 심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고법 제15민사부는 최근 백제병원 진료비 소송에서 지금까지의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염두하지 않은 요양급여 심사기준의 모호성, 불합리성, 불투명성을 지적했으며 나머지 재판부는 판결에 이같은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단 뿐 아니라 논산시와 부여군에도 손해배상액(각 744만원, 179만원)을 책정해 국가 및 공공기관의 책임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공단의 손해는 병원이 아닌 약국의 약제비 청구로 발생했고 병원이 취한 경제적 이익이 없다"며 "원외처방약제비를 병원에게만 부담케하는 것은 의료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적시해 지금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원외처방약제비에 대한 법원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소 융통성있게 판결을 선고했다.


문제는 20% 승소만을 선고받은 나머지 병원들이었다. 이 병원들은 대법의 파기환송 이후 고법의 재심에서도 공단의 급여지급 손해를 야기한 책임 대부분을 전가받아 수억대 항소금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만 승소해 공단으로부터 되돌려받게 됐다.


이를 두고 고려대병원 법무팀은 "재판부가 원외처방약제비와 관련해 50% 승소 판결을 결정한 것은 병원 측에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판결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요양급여 심사기준의 불합리성은 진료비 소송을 진행중인 병원 전부가 주장한 사안인데 한 건의 소송에서만 재판부가 이를 심리해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 상고심을 제기, 대법원에 사건을 다시 올려보낸 상태로 병원-공단 간 약제비 책임비율에 대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경희대병원 역시 상고를 진행 중이며 백제병원이 50% 승소를 받아 낸 것이 다시 한 번 상고를 결정하게 된 주요 계기"라면서 "같은 사안, 동일한 쟁점을 두고 상이한 책임 비율을 산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소송에만 쓰인 돈이 10억여원으로 계속 진행할 경우 추가적인 행정적, 인력적 소요가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고등법원은 "재판부는 원고(각 병원), 피고(공단)들이 제시한 증거 및 변론 등을 포함, 사건과 관련한 모든 제반사정을 철저히 고려해 양 측이 수긍할 만한 책임 비율을 산정할 따름"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이 법정 변론을 마치고 판결 선고만을 앞두고 있어 재판부가 한번 더 병원의 원외처방타당성 50%인정 판결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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