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자식 잃은 부모들의 애절함
제10회 환자샤우팅카페서 사연 소개
2014.04.22 20:00 댓글쓰기

“지금의 문제는 환자 가족들이 아무도 못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아이를 버리고 나온 선장인지, 구하려다 죽은 선생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의료기관은 선장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경찰은 꼭 정부 같다.”


한국환자단체가 주최하고 최현정 MBC 아나운서 진행으로 최근 긱카페아키 카페에서 열린 ‘제10회 환자샤우팅카페’에서 권용진 서울북부시립병원 원장이 한 말.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한 아이들의 희생은 비단 세월호에만 있지 않다. 최근 하늘로 떠난 예강이와 유비의 사연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예강이는 뇌에 염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요추검사 시술을 시도한 직후 사망했다.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과다출혈, 원인 모를 쇼크, 혈소판 감소 등을 사인으로 지목했다.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는 지난 1월 응급실에서 50분 동안 전공의 두 명이 번갈아 가며 요추검사 시술을 연속 5회 실패한 것이 9살 예강이의 사망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의료기관이 검사에 대한 동의서를 받으며 적시한 외부 전문의가 시술하지 않았으며, 해당 전공의 요추검사 시술 경력 공개 요구에 의료기관은 묵묵부답이다.


최 씨는 예강이의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가장 저렴하고 빠르며 객관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의료분쟁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기각 당했다.


현행법상 피신청인(주로 의료기관·의료인)이 동의하지 않거나 14일 동안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면 자동 각하돼 조정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씨는 여전히 건강했던 예강이가 왜 병원 응급실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는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현재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조정 자동개시를 명시한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심의되지는 않았다.


최 씨는 “사실 조정보다는 정확한 사인을 알고 싶다. 아이가 하늘에 갔을 당시에도 의구심이 있었지만 부검으로 아이를 또 다시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가슴을 쳤다.


"경찰청 의료사고 전담 수사기관 설치"


예강이보다 두 살 어린 7살 유비는 지난해 8월 열감기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다음날 아침 사망했다. 그 후 한 달 이상이 흐른 후, 유비의 부검결과를 통해 알게 된 사인은 ‘림프구성 급성 심근염’이었다.


아빠 김기후 씨는 의료진의 치료 소홀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해당 병원 소아과 원장이 당일 오후 회진만 했어도, 간호사들이 맥박이나 혈압 확인만 했더라도 지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유비를 떠나보낸 후 김 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경찰의 태도였다. 그에 따르면, 수사를 의뢰한 후 6개월 동안 담당형사는 비꼈고 경찰은 의사협회 자문, 의사와 간호사의 진술 한 번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려 했다.


그는 “의료사고는 어쩔 수 없다는 경찰 태도와 불성실한 조사로 사건을 종결하고 억울하면 민사로 해결하라는 것에 분노한다”며 경찰청 의료사고수사전담반 설치를 요구했다.


경찰이나 검사는 의심스러운 부분을 능동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 이 때 전제돼야 할 것이 의료 지식에 대한 전문성이다.


의료사고의 경우 진료기록 감정이 중요한데, 정작 질의서를 작성하는 수사기관이 사건의 의학적 쟁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수사 자체가 겉돌 수 있다. 김 씨가 목격한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그는 “꽃 한번 피지도 못한 아들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억울한 일을 겪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서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 진정한 수사 부탁드린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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