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과정 극복하고 출시된 국산신약 ‘부진’
듀비에 블록버스터 '합류'···카나브·제미글로 대형품목 '안착'
2018.07.17 10:5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지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발매된 국산신약은 총 29개, 이들의 성적표는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전중’으로 요약된다.

2016년 기준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약 18조원이었지만, 이중 국산신약 실적은 1678억원에 불과했다. 1%도 채 안 되는 규모인 셈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토종 신약의 현주소를 확인해봤다.

토종 신약 6개, 생산 포기 및 허가 자진 취소

국산신약 계보는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로 이어진다. 

2000년대 이전 1개, 2001~2010년 14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14개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29개 신약 중 판매 실적이 없는 제품이 6개 정도다.

CJ제일제당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과 동화약품의 ‘밀리칸주’는 조건부 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시했지만, 추가 임상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허가를 자진 취소했다.

타그리소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리타’도 임상 3상 시험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후, 돌연 개발 중단을 선언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산 1호 신약인 선플라주는 판매 실적 저조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선플라주 출시 후 등장한 항암제들이 기존 제품보다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뛰어나 처방 실적이 낮았기 때문이다.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 역시 실적 부진 탓에 철수했다. 제피드가 출시된 이듬해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경쟁품목들의 특허가 풀리면서 제네릭이 쏟아져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못했다.

동아에스티의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있다. 해외 판권은 이미 외자사에 넘어간 상태이며, 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포기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공을 들여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잘 팔리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국산 신약 중 생산 자체를 포기한 약들도 있지만, 생산되더라도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은 제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출시된 신약 중 블록버스터 ‘1개’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국산 신약 8개 중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는 제품은 종근당 ‘듀비에’ 1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국산 신약 29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4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2월 두달간 매출보다 75%가량 성장한 것이다.

인보사는 유전자치료제이기에 투약기관이 많지 않고, 서울대 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국 주요 종합병원 랜딩이 6월경 완료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동제약의 첫 신약이자 국산 신약 28호로 기대를 모았던 B형간염치료제 ‘베시보’의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시보 원외처방액은 2704 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4분기 665만원과 비교하면 증가했지만,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하다.

베시보는 복용 시 L-카르티닌과 함께 투여토록 하는 용법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5년 허가받은 동화약품의 퀴놀론계 항균제 ‘자보란테’는 2016년 1056만원, 2017년 4086만원 정도 원외처방이 이뤄졌다.

같은 해 허가를 받은 동아에스티의 당뇨병치료제 ‘슈가논’은 지난해 36억3000만원 처방됐다. 슈가논의 성분 에보 글립틴에 메트포르민을 더한 ‘슈가메트’도 출시되면서 총 72억 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신약 22호이자 바이오벤처 1호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골관절염치료제 ‘아셀렉스'는 2016년 41억3882만원, 2017년 52억9194만원어치 처방됐다.

젬백스앤카엘의 면역항암제 ‘리아백스’는 2016년 7억2726 만원, 2017년 8억104만원어치 처방됐다. 리아백스는 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췌장암의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들 의약품과 달리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듀비에’는 매출 100억원을 넘기며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했다. 듀비에 처방액은 2016년 165억원, 2017년 171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2016년 출시된 복합제 듀비메트까지 더하면 듀비에 제품군 매출은 2016년 165억원, 2017년 177억원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내 제약사들, 전략적 신약 개발 필요”

듀비에 외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 국산 신약은 3개로 집계된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LG화학의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 일양약품의 위궤양치료제 ‘놀텍’ 등이다.

이 중 제미글로는 지난해 700억원어치 처방되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고, 카나브도 원외처방 542억원을 기록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놀텍의 작년 매출은 215억원이었다. 

국산 신약이 29개 발매됐지만, 시장성이 높은 제품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내부적 요인으로는 신약 개발에 뛰어든 제약사들의 전략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신약의 경우 기존 외자사 의약품과 차별성이 크지 않아 시장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흥행 실패의 이유로 꼽힌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 파이프 라인을 확대할 때 중요시 여기는 요소 중 하나는 ‘미충족 수요’가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에 많은 돈과 시간이 투여되기에 시장성이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해야 뛰어드는데, 국내 제약사들은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 주로 진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시장 구조와 약가제도 등은 국산 신약의 성장을 가로 막는 외부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업체들과 손을 잡고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수록, 국산 신약의 시장 진입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2018년 1분기 매출 1위를 기록한 ‘비리어드’는 유한양행, 6위 사노피의 항혈전제 ‘플라빅스’는 한독, 7위 아스트라 제네카의 ‘크레스토’는 대웅제약이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약가제도 역시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2012년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과 같은 수준인 53.55%로 일괄 인하됐다.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약가가 동일하다면, 의료진 입장에선 기존에 처방하던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이 성공하려면 기존 의약품 대신 새 약으로 처방을 바꿔야 할 이유를 의료진에게 만들어줘야 한다. 왜냐하면 가격 차이가 거의 없고, 오랫동안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한 경쟁약과 맞붙으려면 말이다”고 주장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