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생존 가능성과 비용효과성을 두고 일선 병원들과 보건당국이 충돌하고 있다. 1%의 가능성이라도 높이자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청구비용이 삭감되고 있다.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이하 에크모) 이야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응급상황에서 시술받은 바로 그 장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에크모 사용빈도와 이로 인한 급여비용의 적정성을 면밀히 따지기 시작했다.
실제 에크모 시술 심사결정분을 살펴보면 2009년 651명에게 2971회 13억8552만9000만원에서 2014년 1월 기준 1877명에게 1만1286회 사용돼 총 73억4729만1000원이 쓰였다. 5년 사이 시술인원 3배, 시술횟수 4배, 비용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에크모 비용청구가 삭감됐다. 삭감 건당 수 백만원에 달하는 비용 일체는 병원 부담으로 떠넘겨진다. 의료기관들은 경험적으로 "환자 사망시 삭감"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더구나 의사들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환자를 살리고 봐야한다는 생각으로 시술을 단행했지만 환자의 죽음과 삭감이라는 이중고에 허무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한다.
한 병원장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게 의사의 책무 아니냐.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더라도 갑작스런 응급상황에 대비해 준비할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에크모, 회복 전제한 일시적 생명연장기구"
에크모 삭감 논란에 심평원 또한 억울함을 호소한다. 에크모에 대한 인식차이와 판단의 미숙함이 마치 결과를 두고 삭감이 이뤄지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미숙달기관이거나 환자의 상태와 적응증이 회복 여지가 없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삭감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에크모 시술 후 생존율이 외국은 40~50%, 영국 같은 경우 60%에 육박하지만 국내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삭감 사례들을 보면 1년에 2~3회 청구가 이뤄지는 기관에서 시술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한 위원은 "만약 에크모를 쓰고도 며칠 살지 못했다면 시술 당시 판단이 미숙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에크모는 생명을 연장시키는 기구이지만 회복을 전제로 시술돼야 하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다만 심사 기준의 모호함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그는 "급여기준에서 말기암환자 등 4가지 경우만을 언급하고 있어 의료진 사이에서 이 외에는 시술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기준 너머에 깔려있는 회복가능성과 예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가 정상적인 시술과정을 거쳤을 경우 에크모를 제거하고도 생명 연장에 문제가 없는지,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심평원은 현재 ▲에크모시술 표준 동의서 마련 등 프로토콜 표준화 ▲권역센터 중심 시술 및 이・회송 활성화 ▲에크모 교육 및 공감대 형성 등을 논의 중이다.
한편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지난해 12월 'ECMO 연구회'를 신설하고, 심평원을 비롯해 회원들과 에크모 사용 가이드라인 및 프로토콜 표준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