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강제입원 '위헌 vs 합헌' 팽팽
14일 헌법재판소, '정신보건법 제24조1항' 위헌심판 공개 변론
2016.04.14 19:41 댓글쓰기

“가족과 의료진이 속여 정상인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는 사례들이 많다. 의사 양심과 전문성에 입각해 판단돼야 하지만 환자 입원이 곧 병원 수익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제3의 판단기관 지정이 필요하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려는 법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는 보호입원(강제입원)시킬 수 없도록 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적시치료를 도모하려는 규정이다.”


1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병원 입원을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1항 등의 위헌 여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는 지난 2013년 재산을 노린 자녀들이 강제로 입원시켰다가 가까스로 정신병원을 탈출했던 박 모 씨의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주요 쟁점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강제입원(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법 조항이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다.

먼저 청구인 박모씨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예인 소속 권오용 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직 이성재 변호사가 출석해 ‘위헌’ 주장 변론을 펼쳤다.


권오용 변호사는 “정신질환자가 입원여부를 결정할 의사능력이 없다고 단정해 본인의 의사결정권을 배제하고 제3자인 보호의무자가 의사결정을 대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조항이 진단방법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통상 이뤄지는 대면진단만으로도 입원이 가능토록 규정돼 있어, 6개월이라는 장기간 입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적절한 진단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병원은 형식상 ‘대면진단을 위한 이송’이라는 명목으로 환자를 강제적으로 포박해 병원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피력했다.


해당 법상 강제입원은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보다 요건이 완화돼있으며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의 이해 충돌 우려에 대한 대책도 없다는 논리다.


권 변호사는 “보호입원 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의사결정능력 유무를 판단하는 절차를 따로 두고 있지 않고, 보호입원에 대해 객관성이 보장된 기관에 의해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없으므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치료는 전문의가 하더라도 인신구속에 대한 권한은 전문의가 아닌 사법기관에 따라야 하는 것이 더 맞다”며 “한명의 국민도 억울함이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 정부 법무공단 서규영, 김민정 변호사는 ‘합헌’ 주장으로 맞섰다.


해당 법안이 제정되면서 입원계약 절차, 전문가의 판단, 입원기간 등이 마련돼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며 강제입원(보호입원) 역시 요건을 통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논리다.


서규영 변호사는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에 이익충돌 우려가 있어 보호입원이 오‧남용될수 있는 위험이 있으나 이는 감금죄 등 형사상 책임으로 방지할 문제지, 보호입원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환자 본인이나 보호의무자 퇴원신청이 있는 경우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는 이상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하는 등 정신질환자에게 권리구제 절차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며 “해당 조항이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또 “현행 규정상 정신의료기관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입원을 6개월 이상 계속 하기 위해서는 계속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과 전문의 진단 및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6개월마다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입원 등의 치료에 대한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인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 안석모 사무총장,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강지언 수석부회장(제주 연강병원장)이 자리했다.


인권위 측은 “강제입원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상당히 침해하고 있는데다 ‘탈시설화’인 세계적인 추세를 역행하는 조항”이라며 “입원과정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해 절차적 보호를 하지 않고 있고 인신보호법에 따른 사후구제절차는 사후적이며 현실적으로 청구가 어려워 권리구제에 미흡하다”고 피력했다.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정신보건법이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전제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강지언 수석부회장은 “대부분 중증질환자들은 스스로 질환에 대한 인식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가령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진 환자를 설득해 병원으로 오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심각한 중증정신질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인정한다면 치료시기를 놓치게 돼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강지언 수석부회장은 “정상인을 정신질환자로 진단하는 경우는 거의 0(제로)”라면서 “현재 보고되고 있는 남용사례는 전체 비(非) 자의 입원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오히려 보호입원을 통해 완치돼 사회에 복귀하는 많은 사례는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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