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없는 강제입원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정신질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29일 헌법재판소는 재산을 노린 자녀들에 의해 강제 입원된 박모씨(60)가 제기한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및 2항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불합치'는 해당 법률은 위헌이지만 법의 공백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및 2항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 보호자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입원치료와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질환 상태이거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 입원 진단을 내린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정신질환자를 적시에 치료하고 사회 안전을 지키도록 하고 있지만 신체의 자유를 인신 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원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정신과 전문의 소견만 있으면 누구나 보호입원될 가능성이 있다”며 “입원 진단을 내리기 위한 요건 또한 매우 추상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입원 권한을 정신과 전문의 1인에게 전적으로 부여하고 있어 권한 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사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진단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현행법 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입원기간이 6개월로 길어 보호입원이 치료 목적 보다 격리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호의무자는 언제든지 퇴원을 신청할 수 있지만 정신의료기관장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전문의 진단만으로 얼마든지 입원을 연장시키는게 가능하다.
재판부는 “보호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이해만 맞으면 얼마든지 환자가 원하지 않는 장기입원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2013년 통계에 의하면 평균 입원기간은 정신의료기관이 176일, 정신요양시설이 3655일에 이른다”고 전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보호입원의 악용이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법적 공백을 최소화 해 꼭 필요한 보호입원은 계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위헌 결정을 곧바로 내릴 경우 필요한 보호입원도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해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법은 계속 적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