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자 저산소성 뇌손상, 병원 4억5천만원 배상'
'사후조치상 주의의무 위반 및 설명의무 위반 일부 인정'
2018.10.29 12: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지방제거술을 받던 환자를 저산소성 뇌손상 상태에 빠뜨린 병원이 4억5000여만원 의 손해배상금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를 저산소성 뇌손상 상태에 빠뜨린 병원 의료진에 대해 사후 조치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4억4759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시민권자 A양은 2011년 10월 13일 사촌 언니와 어머니가 보톡스 시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 의사 B씨가 운영하는 C병원을 내원했을 때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A양은 방문 당일 지방의 크기를 줄이는 아큐스컬프레이저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 수술은 레이저가 지방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가는 관인 케뉼라를 시술 부위에 삽입하고 이를 통해 나오는 레이저로 지방 세포를 용해하는 원리로 이뤄진다.


같은 날 17시 30분 경 C씨는 이 시술을 시작하면서 A양에게 전신마취제인 케타민과 최면진정제인 도미컴을 투약했고 잠시 후 다시 케타민과 도미컴을 투약했다.


이어 국소마취를 위해 하트만 수액에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섞어 복부 피하지방에 주사했고 지방흡입을 위해 국소마취 및 지방세포 용해를 위한 투메센트 용액을 케뉼라를 통해 주입했다.


이 때 A양는 양팔이 수술대에 묶여져 있는 상태로 약물 투여 직후 목부위에 강직이 오면서 양팔과 양발을 떨었다. 전신 경련이 계속됐지만 마취과 전문의들이 병원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30분 가량이 흐르고 마취과 전문의 D씨가 18시쯤 병원에 도착해 A양의 맥박과 혈압을 측정했지만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 D씨는 기도확보를 위해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며 산소를 공급한 후 상급병원 전원을 결정했다.
 

E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이송된 A양는 저체온치료, 인공호흡기치료, 항생제 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중증의 사지마비, 의사소통장애, 경직, 연하장애, 배뇨장에 상태에 빠졌다.


A양 측은 "문진, 활력징후 측정, 마취제 이상반응 검사 등 기본적인 사전 검사도 하지 않고 마취제 투여시 주의를 소홀히 해 중추신경계 독성 작용인 경련을 유발했다"면서 "이외에도 경련 호흡곤란 등 발생 후에도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았고 시술에 앞서 마취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고 보고 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양는 국소마취제에 의한 중추신경계 독성반응으로 봄이 상당하다"면서 "투여과정에서 경과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우발적인 케뉼라에 의한 혈관 손상에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국소마취제를 투여한 과실로 인해 A양에 중추신경계 중독증상을 유발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소마취제 중독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서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경련으로 인해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환기보조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A양에 경련이 발생해 목부위에 강직이 오면서 경련이 지속되는데도 항견련제를 투여하지 않았다. 마취과 전문의가 도착할때까지 30여 분간 삽관을 시행하지도,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마취방법,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C씨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하고 제기한 항소심 재판부는 사후 조치상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했으나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전 손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A양의 상태에 비춰 산소공급 지연 시 단시간에 뇌손상이 야기돼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기관 내 삽관을 실시해 산소를 공급하고, 즉시 전문적 치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에 의한 중추신경계의 독성반응 또는 아나필락시스가 A양의 심정지 및 이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과 관찰 및 사후 조치를 소홀히 한 C씨의 과실이 없다면 A양 경련 및 호흡곤란 증상 악화를 방지해 심정지 발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바 B씨 과실과 A양의 현재 후유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C씨는 경과관찰 및 사후 조치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설명의무 위반과 A양의 현재 상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에게 나타난 전 손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4억4759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또한 "다만 리도카인은 임상에 널리 사용되는 국소마취제로 그 독성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국소마취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빈도가 낮으며 시술 자체가 위험성이 높은 시술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B병원과 같은 소규모 병원에서 마취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독성 증상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C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금고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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