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정원대비 100명 부족한데 PA는 '200명 고용'
보건의료노조 "국사립대병원 등 불법의료행위, 환자 감소·병원 경영난 악순환"
2022.10.01 06:30 댓글쓰기

국립·사립대병원에서 의사 수가 정원 대비 100명이나 모자라고 진료지원인력(PA)을 200명까지도 쓰고 있을 정도로 국내 의사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산하 99개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특수목적공공병원·민간중소병원·지방의료원 등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금년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병원들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는데 정원과 현원의 차이가 가장 심한 곳은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민간중소병원, 지방의료원 순이었다. 


정원 못 채워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진료 차질 발생



某국립대병원은 전문의·전공의·인턴을 포함한 정원 587명 중 481명만 확보하고 있어 100명 이상이 모자란 상태였다. 사립대병원들조차 정원 대비 60~70명씩 의사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병원보다 병상 수가 적은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적십자병원·보훈병원 등 공공병원 및 지방의료원의 상황도 심각했다.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54명까지 의사인력이 모자란 탓에 필수의료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의사가 없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는 필수과를 중심으로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료 차질이 있는 진료과는 ▲산부인과 24곳 ▲소아청소년과 23곳 ▲흉부외과 22곳 ▲비뇨의학과 21곳 ▲일반외과·일반내과·정형외과 18곳 ▲응급의학과 16곳 ▲신경외과 15곳 등이었다. 


특히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호흡기 전문 의사를 못 구하거나 재활전문병원인 근로복지공단병원에 재활의학과 의사가 부족한 씁쓸한 일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PA 최대 200명 고용···대리처방·수술 등 불법의료행위 횡행  


만성적 의사 인력 부족은 자연스레 높은 PA 고용률 및 만연한 불법의료행위 등으로도 귀결됐다. 




단일 의료기관으로 PA인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200명이었고, 이는 某사립대병원으로 파악됐다. PA 현황에 응답한 27개 사립대병원 PA인력은 총 2107명으로 1곳 당 평균 78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국립대병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등도 각각 최대 91명, 110명, 52명 등의 PA를 두고 있었다.  


문제는 의사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PA들의 업무가 광범위해지면서 불법의료행위가 일상처럼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기관 97곳 중 73곳이 “의사의 아이디를 공유해 간호사 등이 처방전을 대리 발급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95곳 중 60곳이 “여전히 수술·시술·처치 등을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타 직종이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응답에 응한 某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전공의 수준으로 환자상태를 파악해 떠먹여다주다시피 보고하고 처방을 받아낸다”며 “PA간호사들이 처방하고 시술·수술 동의서를 설명하고 보호자와 면담하는 등 의사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PA가 대리처방을 하다 잘못 처방해 환자가 항암제를 2배 먹은 일도 있었고, PA나 의료기기 판매사원이 대리 수술을 하기도 했다”며 “PA가 의사 서명으로 대신 동의서를 받는 일도 많다”고 증언했다. 


환자 불만족→환자 감소···의사 성과급 확대→경영난 악순환  


의사 수가 정원 미달이나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보이는 병원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병원들이 젊은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80세 전후 고령 의사를 고용하거나 정년퇴직한 의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해 머릿수를 채워놓다 보니 진료가 부실해 환자 민원이 잇따른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령 의사가 영상판독을 못해 외부에 의뢰하거나, 시술을 못하니 환자들이 외면한다”며 “진료과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끊어버린다”고 토로했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문제다. 의사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병원이 무리하게 의사 인건비를 높여 ‘모셔오고’, 그럼에도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없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사직해 환자를 못 받아 외래환자가 줄고, 입원도 못 시키니 수익이 악화된다”며 “그럼에도 병원은 있는 의사라도 붙잡기 위해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촉탁의를 구하는데 3억원대의 연봉을 제시해도 구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필수과 의사들은 기존 예산으로 못 구해서 임금을 더 높여 고용하는 일이 매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비 지원으로 고가 장비를 구비했지만 쓸 담당 의사가 없다”며 “필수과 의사가 없어 종합병원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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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예은 11.28 19:41
    연봉 3억을 준다고 해도 의사 모으기가 힘든거라면 의사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사 정원 100에 PA가 200인건 무조건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생각합니다. 의사 의료의 질 낮아진다라고 말하지만 지금처럼 부족한 상황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또는 공공의대 진행하여 의사수를 확보하고 PA처럼 불법의료현장으로 내몰리는 인력들을 보호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