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 재추진" 천명…거부감 큰 의료계
"年 2000억 재정 절감 효과" vs "필수의료 위축되고 차후 개원가 타깃 우려"
2023.07.14 06:13 댓글쓰기

건강보험공단이 오랜 숙원사업인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재추진하면서 의료계와 갈등이 예상된다. 


과거 건보공단은 여러 차례 특사경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강한 반발 등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공단은 날로 커지는 불법개설기관(사무장병원)에 의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다시금 특사경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13일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의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재정 누수를 조기 차단할 근본적 방안으로 특사경제 도입을 언급하면서 도입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사무장병원 단속이 시작된 2009년부터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모아 특사경 도입을 위한 당위성 확보 및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기간 환수 결정이 내려진 기관은 총 1698개로 금액은 3조3674억원에 이른다. 


공단은 특사경 도입 시 수사 착수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져 불법개설기관 진료비 지급 차단은 물론 조기 압류추진으로 추가적 재정 누수를 빠르게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단은 특사경 도입 시 연간 2000억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1일 취임한 공단 정기석 이사장도 불법개설기관을 뿌리 뽑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임기 내 중점 추진 사항 6가지를 공개했는데, 2번째가 바로 불법개설기관 적발을 통한 재정누수 차단이다. 


정 이사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재정 구축을 위한 혁신을 하겠다”며 “불요불급한 재정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실 있는 급여지출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한편, 불법개설기관 적발을 통해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이미 특사경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12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특사경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게 주요 골자다. 불법개설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을 근절하고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의협 특사경 반대…필수의료 위축 및 전문성 부족 등 문제 다수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기피 분위기가 가뜩이나 심한 상황에서 특사경 제도까지 도입되면 진료 위축을 더욱 부추긴다는 입장이다. 공단 특사경의 전문성 부족 및 권한 남용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사경은 검사, 경찰이 아닌 자에게 예외적으로 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특수한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사법경찰관리의 역할을 보완키 위해 예외적으로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임명한다.


이에 따라 특사경은 주로 식품, 세무, 환경 분야에서 시행되며, 전문적인 지식 부재로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주로 시행한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공사 현장에도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목적이다.  


다만 특사경이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도 여러 문제점으로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할 수 있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다. 


또 사법경찰관리의 직무 수행제도의 운용 과정에서 인권의식이나 법률 소양 부족으로 인한 비전문적 행태 수사, 공권력 남용, 과도한 실적 의욕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급여 부정청구 단속에는 압수수색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데 반해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료인과 의료기관 직업 수행과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즉 단속 과정에서 행정 권력과 혼합된 수사기관으로서의 막강한 권능이 의료 현장이라는 특수적 공간에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특사경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특사경 초기 요양병원에 숨은 사무장병원을 찾겠지만, 이후엔 개원가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을 우려했다. 


김 회장은 “처음 특사경이 도입되면 초기에는 사무장병원을 위주로 수사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개원가까지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번 시행된 제도는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계를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자진신고 제도나 자율정화 등의 제도를 두고도 특사경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며 “필수의료 위축 등 결국 의료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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