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 사법리스크 위험 제거 등 개선 방안 절실"
오주석 교수(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의학과)
2024.01.12 05:39 댓글쓰기

[특별기고] 최근 병원에서는 전공의 대동맥박리 환자 사건으로 인해 모든 흉통 환자에게 대동맥CT를 시행하는 '방어적 진료 경향'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응급의료 100% 방지 불가능, 이를 모두 징계하면 응급의료 붕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100% 막을 수 없듯이, 응급의료에서 간혹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100% 막을 수 없다. 이걸 일일이 징계한다면 응급의료는 반드시 붕괴한다. 


교통사고를 사고 당사자가 일일이 처리하지 않고 보험사에 맡기듯이 의료 사고를 대행하는 보험 정책이 필요하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고의가 아닌 응급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을 보장하는 강력한 법률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또 외국의 경우 무장경찰이 응급실에 상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의 경우 공권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보안요원이 폭력 사태를 구경만 하는 실정이다. 적어도 국가에서 지정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경찰을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이송거부금지 시행규칙 폐지가 시급하다. 환자가 길에서 죽으면 정치인이 비난 받고, 병원에서 죽으면 의사가 비난 받는다.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병원인데도 응급실에 강제 수용하면 결국 환자는 사망한다. 정치인이 받을 비난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악법으로 이 법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강제 이송 전(前)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치료는 안 될 수도 있지만 제일 가까운 병원에 갑니다. 싸인 해 주세요'라고 말이다. 


"이송거부금지 규칙 폐지하고 대형병원 비응급진료 문턱 높이면서 수가 인상도 필요"


중증질환 특화 응급센터 지정도 필요하다. 대학병원 혹은 권역응급센터라도 최종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곳이 존재하는 이유는 특정 중증질환은 일반적인 대형병원의 인프라로는 최종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인적, 물적 인프라가 요구되며 설령 갖춰져 있어도 휴일, 야간에 계속 운영할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이런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중증외상이었는데 중증외상센터가 설립돼 비록 논란이 있는 사건이 몇 번 있었으나 일반적으로는 중증외상 진료의 질을 매우 개선시킨 성공적인 정책이 됐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 기존 권역응급센터와 구별된 중증질환센터를 신설해야 한다. 비록 보상이 적을지라도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명감 있는 의료진은 존재하는데, 매우 드물어 어디에 찾아가야 하는지 알기 힘들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119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중증질환은 심정지, 뇌/심혈관 질환, 그리고 대동맥 파열 등 비외상성 응급수술이 필요한 질환이 되겠다. 


개인적으론 대형병원 비응급진료 문턱도 높여야 한다고 본다. 중증질환 필수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피부미용, 성형 등의 비필수과목은 치료비가 증가해도 저항이 적다.


반면 필수의료 과목은 치료비가 증가하면 국민적 저항을 가져와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절대로 필수의료 수가를 높이는 정책을 채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수의료는 피부미용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어디선가 돈을 끌어와야 한다면 저항이 적은 비응급진료에서 끌어와야 합니다. 모든 응급진료가 필수의료는 아니다. 아기가 모기에 물렸다고, 외래 대기가 길다고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많다. 모든 환자는 자기가 응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증 환자는 작은 병원에 가라고 홍보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자발적인 흐름은 비용으로 만들어진다. 현재도 비응급의료관리료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를 정도로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비응급의료관리료를 설정하는 것보다 비응급의료 환자 대상 전체적인 수가를 인상하고, 접수 혹은 초진 시 비응급수가 대상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공지하며, 중소형병원 응급실에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필수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면서도 의료 질(質)을 향상시키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방안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다.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의료가 개선되지 않는다.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라면 최고 실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할 텐데, 의사만 늘리면 최고 실력자들은 결국 돈 되고 편한 과목으로 빠져나가고 마지막 갈 곳 없는 낙오자들만 돈 안되고 힘든 필수의료로 내려오게 된다. 


"의대 증원이 자칫 필수의료 낙수효과 아닌 '낙오자효과' 초래할 가능성 높아"  


의대 정원 확대론자들도 이걸 잘 알고 있으며 오히려 이걸 노리는 거라고 주장하며 이를 낙수효과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원래 부유층에게 주는 혜택이 결국 빈곤층에게도 혜택이 된다는 이론으로써 의대 정원 확대론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낙수효과가 아닌 낙오자효과라고 해야 할 것이며 차라리 필수의료 수가를 상승시켜 실력자들이 자발적으로 이 분야로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낙수효과다. 수가 이야기를 최소화하고 싶지만, 결국 핵심 문제는 수가다. 국민 부담을 올리는 것이 정치인 부담이 된다면 국가적인 투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정책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이송거부금지법,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은 결국 정치인들이 그 부담을 의사에게 떠넘기기 위한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자유로운 선택을 억압하고, 강요하며 처벌하는 정책은 문명을 퇴보시킨다.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진정한 응급의료발전을 위해 응급의료분야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정책 협의체를 구성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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