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최고조 상황 속 '간호법' 재추진
與·野 당론 채택···대통령 거부권 가능성 낮지만 국회도 혼란
2024.06.22 06:25 댓글쓰기

직전 21대 국회에서 보건의료계 내홍을 키우고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 간호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등장해 의료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해 재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후 이번에는 여·야가 모두 당론으로 간호법을 채택한 만큼 대통령 거부권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점은 간호사 직역을 제외하고 해당 법에 반대했던 보건의료계 직역, 특히 의사단체가 현재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저지 동력이 낮아졌다는 부분이다.  


여야 모두 간호법 당론 채택···진료지원(PA) 업무도 규정 


이달 19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등 20인은 '간호법안', 20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등 108인은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하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21일자로는 두 법안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들 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인력 규정을 분리해 독자적 법률을 제정해 간호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게 공통 목표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조금 다르다.


강선우 의원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자료수집·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건강증진활동 기획과 수행·간호조무사 업무보조 지도'로 규정했다. 


추경호 의원안은 여기에 더해 '의사·치과·한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진료지원(PA) 업무 내용을 담았다.  


또 강선우 의원안은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정부에 위임했으나, 추경호 의원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간호사는 의사의 포괄적 지도·위임에 따라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했다. 


그간 간호계의 호소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간호사 보호 규정도 사뭇 다르다. 


강선우 의원안은 '의사와 의료기관이 시키는 무면허의료행위 거부권'을 명시했고, 추경호 의원안은 간호사 1인 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 수립, 규칙적인 교대근무 지원 등을 담았다. 


간호협회 "환영"  VS 의사협회 "우려"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보건의료계 반응은 엇갈렸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표결 시 간호사 출신 의원을 제외하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버렸던 여당의 바뀐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협은 "정치권의 간호사법 제정 움직임은 의사 집단 이기주의로 불안한 국민들에게 의료정상화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 부재 속에서도 간호사들은 국민을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며 "다시는 정치적 유불리에 휘둘리지 않는 신속한 법안 처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규탄했다. 의협은 여전히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유사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독립적으로 간호진료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전문간호사에 의한 불법의료행위 조장 ▲헌법상 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배 ▲전문간호사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허용 ▲간호인력 수급의 급격한 왜곡 초래 등이 반대 근거다. 


또 요양보호사를 간호사·간호조무사 등과 함께 간호인력으로 포괄하고, 간호조무사협회 중앙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지 않아 보건의료직종 간 분쟁의 불씨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국회와 정부는 소모적 분쟁만 야기하는 간호법 논의를 중단하고, 보건의료인력 모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서라"면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 저지도 벅찬 의협, 단일대오 이룰까 


의협은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투쟁을 예고했지만, 현재 의정갈등 장기화로 집단휴진 등 대정부 투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일대오를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경찰 등이 의협과 임현택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회무가 마비됐고, 새로 꾸린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역시 전공의 측 불참으로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원의는 "몇 달 째 의정갈등과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면서 힘이 빠진다"며 "간호법이 다시 나왔다고 한들 작년처럼 힘을 모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상임위원회인 복지위가 여야 갈등으로 계속 파행되고 있어 간호법의 신속한 추진은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국회 원 구성에 반발해 국민의힘 위원들이 계속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 중이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실 관계자는 "26일 열리는 복지위 청문회가 우선 중요하다. 간호법 처리는 이후 여야 합의를 거쳐 할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위원들이 계속 회의에 불참해도 전체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지금은 단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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