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 커뮤니티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에 피해자와 더불어 정부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과 예비 전공의였다가 현재는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 중인 A씨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주간 지속적으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어 이를 폭로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A씨가 공개한 의사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너네들처럼 자기만 생각하는 애들이 제일 문제다', '촉탁의로 부역해주면 이 사태를 길게 만드는 것',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냐' 등 비난은 물론 A씨의 부모를 향한 원색적인 욕설도 있었다.
A씨는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수련을 그만두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부역자', '감귤'이라 부르며 박제하고 비난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익명 보호 정책에 힘입어 그런 움직임은 전혀 제지받지 못하고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점점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번 사태에서 수련병원에서 수련받는 의사만 감귤이라고 지칭했으나, 나중에는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저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선택지가 없어 근무를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A씨는 최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평일에는 조용하다가도 약속이라도 한 듯 토요일마다 게시글이 올라오고, 볼 때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강렬한 악의를 가지고 저를 추적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화가 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서 수시로 가슴이 조여오고 밤에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이 잘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음해를 주도하는 한 인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사람이 정당한 법적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즉각 대응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당 게시글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A씨의 고소 건과 별개로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