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핵 수술 이후 장기간 항문 통증을 겪은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수술 자체의 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수술 전(前)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해 1심 판결을 일부 뒤집었다.
창원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강병훈)는 지난달 26일 치핵 수술 환자 A씨와 그 자녀들이 병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병원 측에 위자료 3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이 사건은 통영시 소재 병원에서 시행된 치핵 수술 이후 약 2년 6개월이 지나 항문과 직장 부위에 스테플러가 남아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 통영시 소재 C병원에서 2도 치핵 진단을 받고 같은 달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절제술을 받았다.
A씨는 5월 퇴원한 뒤 일주일가량 지나 항문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5월과 6월 사이 세 차례 C병원을 내원했다. 8월에는 동일 병원 내과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도 받았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항문 부위 통증으로 다른 병원을 찾은 A씨는 항문 및 직장에 스테플러가 남아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해당 병원에서 스테플러 제거술을 받았다.
A씨는 이로 인해 장기간 통증에 시달렸고, 추가 치료와 입원, 일실수입 손해까지 발생했다며 병원 측의 책임을 주장했다.
A씨 측은 "의사 D씨는 해당 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용 스테플러를 항문 및 직장에서 제거하지 않은 채 봉합했고, 이후에도 A씨가 항문 부위 통증으로 내원했으나 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술과 관련해 스테플러가 잔존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만성적인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해당 스테플러는 수술 후 치유 과정에서 점막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고 노출된 상태로 지속될 수도 있다"며 "A씨가 수술 직후 항문 부위 통증을 호소했으나 이는 치핵절제술 이후 정상적으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는 기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가 수술 후 약 2년 6개월이 지나 항문 통증으로 스테플러 제거술을 받기는 했으나, 2021년 8월경부터 스테플러 제거술을 받기까지 항문 부위 통증을 직접적인 이유로 병원 진료를 받은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치핵 수술 후 만성통증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발생 빈도도 높지 않아 통증 발생만으로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며 의료상 과실을 부정했다.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도 1심은 "A씨가 약 2년 6개월 이후 시점까지 항문 부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이 같은 유형의 통증은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고들 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위험성‧후유 질환 등 수술동의서 내용 부족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상 과실에 대한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사 진단이 오진이라거나 수술이 과잉진료에 해당한다거나 스테플러를 지나치게 낮은 위치에 고정한 의료상 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결론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신체 내 스테플러를 남겨둔 채 봉합하는 수술로써 남겨진 스테플러로 인해 후유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술동의서에는 'PPH' 등 수술 명칭만 기재돼 있을 뿐 수술 필요성이나 위험성 내지 예상되는 후유 질환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술동의서만으로는 의사가 A씨에게 수술의 필요성이나 위험성, 예상되는 후유 질환 및 그에 대한 대처 방법 등을 A씨 연령, 교육 정도, 심신 상태 등의 사정에 맞춰 구체적인 정보 제공과 함께 설명·지도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 D씨는 A씨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병원 운영자 B씨는 D씨의 사용자로서 A씨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A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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