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병원 화재 후폭풍…스프링클러 의무화
소방청, 인공신장실 설치 대상 포함…의료계 "우려 현실화"
2023.08.22 05:22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간호사 1명과 환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투석병원 화재 여파가 결국 소방시설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되는 등 사건 당시 의료계가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소방청(청장 남화영)은 8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공신장실이 있는 의원에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건축허가 등의 동의 대상물에 추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거동이 불편한 투석환자의 경우 의료기관 화재시 신속하고 원활한 피난이 어려운 만큼 화재 초기에 자동으로 소화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실제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은 꼬박 4시간 동안 투석기와 혈관을 연결하는 대형 바늘을 꽂고 있는 경우가 많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화재 발생시 환자마다 혈관과 연결된 호스와 바늘을 제거하고 긴급지혈을 시키려면 적어도 5~6분 정도가 소요된다.


의료진 1인 당 5~6명의 투석환자를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30~40분이 소요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소방청은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8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 투석병원 화재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천 소재 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당시 바로 윗층 혈액투석실을 운영하던 의료기관에서는 42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투석을 진행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자 상황을 파악하고자 창문을 열자마자 빠르게 연기가 의료기관 내부에 유입됐다. 불과 1~2분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간호사 등 의료진은 평소 긴급재난 매뉴얼대로 환자의 팔목과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후 이들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의족을 채우는 것을 돕는 등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던 간호사가 변을 당했다.


당시 국회를 중심으로 재발방지 대책 주문이 잇따르면서 의료계는 스프링클러 의무화 등 정부 규제 강화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특히 대한신장학회 측은 “해당 사건은 인공신장실의 긴급재난 매뉴얼이 작동한 사례”라며 무조건식 소방시설 강화를 경계했다.


대한신장학회는 대한투석협회, 병원투석간호사회와 함께 재발방지 차원에서 ‘인공신장실용 화재 대응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는 등 사태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썼다.


학회가 마련한 매뉴얼에는 평소 시행해야 할 화재 예방에 대한 점검 항목이 담겼다. 또한 화재 발생 시 혈액투석기에 연결된 환자들의 빠른 대피를 위한 조치들도 수록됐다.


하지만 소방청이 인공신장실 운영 의원에 대한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의료계 각고의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의원과 더불어 한의원과 치과의원도 방염대상물품 사용 의무화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담겼다.


세종 밀양병원 화재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화재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방염대상물품 사용을 의무화 했지만 ‘의원’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따라 한의원과 치과의원도 명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방염대상물품 의무화 대상에 한의원과 치과의원을 추가해 화재 발생 초기에 연소 지연을 통해 신속한 화재진압 및 피난안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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