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부는 '의료한류(韓流)'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2014.10.20 07:22 댓글쓰기

[기획 5/특별기고]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에 한국의료(Korea Medical) 수출의 큰 시장이 드디어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대표단의 일원이 돼 2박 4일(기내 2박)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왔다.

 

UAE 아부다비와 한국 의료인에 대한 면허인증 추진에 합의했고, UAE의 VPS 헬스케어 그룹과 한국의 병원·제약기업 간에는 향후 5년간 총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여러 건의 병원 및 의약품 수출 계약(MOU 포함)이 성사됐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100년 앞을 내다보는 상생의 경제협력 관계’를 맺은 것을 바탕으로 해 그간 양국 보건 당국 간 지속적인 협력(G2G)을 통해 구축해 온 신뢰와 한국 의료에 대한 현지의 높은 평가가 결합된 산물이다.


우선 9월 2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무기르 아부다비보건청 의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양국 보건당국은 한국 의료인 면허인증 추진, 양국 고위급 협의체 신설, 한국 전문가·자문관(방문교수) 파견, Pre-Post Care Center 구축, 의료인 교육 및 연수 협력 등 7가지 합의의사록(agreed minutes)을 체결했다.


‘아부다비보건청 면허관리규정(PQR)’이 개정(연내 개정 목표)되면 한국의사는 아부다비 내에서 1등급(미국, 영국 등 최고 의료선진국 수준)으로 승격돼 현지 면허인증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고, 전문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임상경험 기간도 3년(종전 8년)으로 절반 이상 단축되며 임금 인상도 기대된다.


현재 3개로 분리된 UAE 내 의료인 면허관리제도(아부다비보건청, 두바이보건청, UAE 보건부)가 통합될 예정이어서 이번 성과는 UAE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에서 한국의료인 면허를 제도적으로 인증 받게 되는 최초의 사례로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보건의료 세계화·미래화를 향해 작은 고속도로를 닦은 것이다.


또한 VPS 헬스케어 그룹과의 B2B 협력을 통해 서울성모병원은 한국형 건강검진센터 2개소(아부다비, 두바이 지역) 수출 및 300병상 규모의 암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계약 또는 MOU를 체결했고, 동아ST는 의약품 등의 품목 수출에 관한 MOU를 맺었다.


지난 8월에는 서울대학교병원이 UAE 칼리파 왕립병원(SKSH)의 5년간 위탁운영 계약을 약 1조원에 체결했다. 그동안 의료기관 해외 진출은 성형외과, 치과 등 의원급 중심으로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왔으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성공한 첫 사례다.

 

의료기관 해외 진출에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진 파견과 더불어 MRI 등 의료기기, 심장 스탠트 등 치료제, IT Healthcare, 전문 의약품 등이 동반하므로 다양한 연관 산업 분야에서 고용 및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함과 동시에 각 국에서 한국의료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료에 호의적이던 중국 등 동아시아 외에도 중동, 러시아 등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한국 선진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가고 있다.


환자 유치에 있어서는 2009년 6만 명에 불과했던 해외환자가 2013년 21.5만 명(연 환자 기준 65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이에 따른 건강 관련 여행수지도 만성적인 적자에서 지난2012년 346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해외환자 50만 명(年 환자 기준 165만 명)을 유치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국 병원으로 직접 방문하는 해외환자가 크게 증가하면 직접적인 진료수익 외에도 관광·쇼핑·요식 등 다양한 분야에도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 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다.


세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8000조원에 달한다. IT, 자동차 시장보다 각각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세계는 해외환자 유치, 병원 진출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 태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 유치와 의료시스템 수출을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의 공동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병원의료 수출과 해외환자 유치는 ‘밖에서 벌어 우리 집 곳간을 살찌우는 국부창출 정책 및 국제의료인력(국제간호사, 국제의료기사, 코디네이터 등)이라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정부는 해외환자 유치 및 의료기관 해외 진출이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의료 세계화·미래화에 기여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선 외국 정부와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의사면허 인증, 한국 의약품 자동승인(homologation) 등 현지 인허가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다.


둘째 의료법인 해외 진출에 따른 자금 투자 및 수익금 회수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했고 수익이 의료법인으로 환류돼 재투자 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선진국 수준의 의료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나 해외진출전략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에 진출을 위한 컨설팅, 사업 타당성·현지 조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


넷째 의료기관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 최초로 ‘한국의료 글로벌 진출 펀드’가 최소 500억 원 이상으로 곧 조성될 예정이어서 자본조달 애로 때문에 해외 진출이 힘들었던 의료기관들에 금융 지원을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거시적인 보건산업 청사진을 마련하고 한국의료가 세계로 진출하고 세계인이 한국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칭)외국인환자 유치 및 의료진출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의료기관의 환자 유치 및 해외 진출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특히 해외진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에 준하는 각종 무역보험, 금융 등 지원책을 강구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해외 환자 유치기관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 ‘한국의료(Korea Medical  프리미엄 토털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111개 의료기관이 약 20개 국가에 진출하는 등 국내 많은 의료기관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계속 노크해 왔고, 진출 기관 및 국가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그동안 미국, 독일 등 세계 의료시장을 선점했던 1세대 의료진출 선진국들 틈새로 한국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 중동의 병원들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한국 의료기관과 위탁 계약 등을 체결했거나 준비 중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의료기술 수준이 비슷하거나 높은데다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췄고 ‘사전검사-진료-입원-사후관리’를 패키지형으로 제공해주는 한국형 의료서비스에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동을 비롯해 세계에서 불기 시작한 의료한류가 순풍을 타고 5대양 6대주 전세계로 불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기대한다. 언젠가 삼성전자, 현대차를 능가하는 세계 일류의 한국의료 수출기업의 등장을 꿈꿔 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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