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병원수출·의료정보시스템 등 스타트
중국·동남아 이어 중동 진출 봇물…‘철저한 사전준비’ 포함 전략적 접근 요구
2014.10.21 07:00 댓글쓰기

[기획 3]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견인하기 위한 국책사업의 하나로 의료산업 수출을 선정했다. 이는 해외에 단순히 병원을 건립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의료산업 전체 수출을 의미한다.


이미 국내 의료기관 내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보조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 또 병원 의료시스템 및 질병 분류, 운영 등 많은 영역의 의료시스템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5~6년 전만해도 병원들은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의 해외환자를 국내로 유치하는 사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단순 환자 유치사업에 대한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해당 국가의 의료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국내 의료관광도 성형이나 미용 쪽 분야를 제외하곤 성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간 경쟁에 따른 이익 감소도 고민거리다.


성형외과의 경쟁력도 해외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 녹록치않은 상황이 됐다. 뿐만 아니라 의료장비나 약품, 의료기기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정부는 연구개발(R&D)을 일선 병원들과 기업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산하 기관들은 많은 노력을 통해 60여개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 의료기관은 19개국 111곳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대부분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도 조금씩 진출해 있다. 성형외과, 한방, 피부과, 치과 등 전문클리닉 형태의 진출에서 건강검진과 진단검사의학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 내 100% 외국투자 병원 설립이 허용돼 한국 미국 유럽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선 대형 대학병원과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함께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의료수출협회 관계자는 “병원 수출 성공의 관건은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 외에 자본과 현지화”라고 지적했다.

 

병원 수출 격변지는 중동…성공 가능성은


최근에는 중국,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먼저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흐드왕립병원(KFMC)과 ‘뇌조직은행’과 ‘아바타시스템’을 수출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4월 양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쌍둥이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합의한 뒤 1년 4개월만에 나온 첫 성과다. 쌍둥이 프로젝트는 한국 의료시스템을 사우디에 똑같이 만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성모병원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민간 보건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주회사인 VPS에 한국형검진센터를 수출하는 본계약을 UAE에서 체결했다. 중동에 한국형검진센터가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VPS는 중동에서 병원 9개, 의원 26개, 의약품 유통 체인 등을 운영하는 UAE의 대표적 헬스케어 기업이다. 서울성모병원의 조언을 받아 아부다비 부유층이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인 ‘마리나몰’에 900평 규모 건강검진센터를 건립 중이며 올해 말 개원 예정이다.


계약에 따라 VPS는 앞으로 5년간 아부다비 건강검진센터 운영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설립·운영 컨설팅비로 매출액의 10%(5년간 100억원 이상)를 서울성모병원에 지급한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병원을 5년동안 맡아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병원은 앞으로 5년동안 UAE대통령실로부터 약 1조원의 운영예산을 지원받아 진료를 포함한 병원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우디와 UAE를 중심으로 한 중동 의료수출이 당분간 활성화 될 것”이라며 “하지만 앞서 중동지역에 진출했던 일부 병원들이 수익을 내지 못해 사업을 접고 철수한 사례도 있는 만큼 향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현지 시장 분석을 위한 정보 습득과 현지 운영인력의 수급도 첫 성공 비결 중 하나”라며 “보건복지부가 전담부서인 해외의료진출지원과를 설치해 병원 수출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장비 이어 의료인·IT업체·제약사도 해외로 


국내 제약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약산업 규모나 기술면에서 한국에 뒤처지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출 계약에 힘쓰는 동시에 해외법인을 세워 직접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거나 메이저 유통사와 MOU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을 결정하기도 했다.


제약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약 13조6220억원으로, 2012년과 비교해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특허 만료 의약품이 많이 나와 제네릭(복제약)을 취급하는 국내 제약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현재는 시장이 포화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 등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해외진출을 촉진시키고 있다”면서 “중국, 동남아보다는 남미나 중동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활로를 개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병원수출시장 규모가 약 1000억달러, 600만 병상이 증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기기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규모다.


KOTRA 해외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지역 의료산업 규모만 내년까지 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규모에 비해 국내 병원수출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 한해 의료시스템 수출로 1000억원 미만의 수익이 창출됐다. 생산유발 효과는 1858억원, 취업은 1144명에 그쳤다.


하지만 병원 건설, 건축을 비롯한 하드웨어와 병원운영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산업이 융합해 패키지 형태(병원+IT+의료인+의료장비)로 수출할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대표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10년 12억달러규모의 병원건설 계약을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체결할 정도로 병원수출 잠재력이 확인된 바 있다.


이 가운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SK텔레콤, 이지케어텍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HIS)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계약은 패키지형태 진출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컨소시엄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병원에 현지화된 HIS시스템을 7000만달러 규모에 제공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해 중동 GCC국가로 판매를 확대키로 했다. 수출 파급효과는 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하드웨어 장비공급까지 추가 포함하면 7억달러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및 의료기기, 제약, 건설, 설비, 유통 등 의료연관 산업을 총망라해 병원수출이 새로운 국부창출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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