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과에서 시술 받은 환자 수 십명이 집단 패혈증 증상을 보이면서 다나의원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명 피부과에서 지난 7일 저녁 패혈증 증상을 보인 환자 20명이 인근 6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피부과에 대한 1차 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주사약 변질이 의심된다”는 원장의 진술을 토대로 시술에 사용한 프로포폴 주사제 변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시술받은 환자가 20여 명으로 파악돼 환자 수는 추가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지난 2015년 발생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당시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주사제에 의한 감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번 사건의 경우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 상으로는 주사제 감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해당 피부과에서 시술받은 환자 20여 명 모두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다나의원 사태처럼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보다는 주사약 변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태의 진원지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이 아닌 상대적으로 감염관리가 취약한 개원가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이는 다나의원 C형간염 사태 이후 감염관리 강화 정책이 쏟아졌지만 대부분이 병원급 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원가는 여전히 사각지대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150병상 이상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그에 따른 감염관리 수가도 책정돼 있지만 개원가는 해당사항이 없다.
결국 다나의원 사태가 발생한지 2년이 훌쩍 넘은 상황에서도 개원가의 감염관리 취약성이 다시금 확인됐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는 수사당국과 함께 집단 패혈증 사태 원인규명을 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다나의원 사태에서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C형간염 감염자 97명, B형간염 감염자 44명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발생한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 사태에서도 무려 217명이 C형간염에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