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으나, 실제 10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0%’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일부 병원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전환이 이뤄졌으나 이는 정부방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불법파견·용역 등 근로자를 전환한 것이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을 국립대치과병원으로까지 확대하더라도 4935명(부산대 불법 파견·용역 제외) 중 15명에 불과하다.
21일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정부가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래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병원 등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파견·용역근로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부산대병원 파견·용역근로자 298명이 전환된 사례는 있으나, 해당 근로자들은 정부방침에 따른 전환이 아니라 불법파견·용역 근로자이기 때문에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대상을 넓혀 강릉대원주치과·경북대치과·부산대치과·서울대치과병원 등 네 곳을 포함하면 파견·용역근로자 수는 15명이 된다. 부산대치과병원은 내달 1일자로 파견·용역근로자 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 전환대상인 파견·용역근로자 4935명 중 15명(약 0.30%)에 불과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Zero시대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 등 의료계 양대 노조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국립대병원들이 파견·용역근로자에 대한 계약 연장 남용을 금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고, 계약 연장 꼼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이드라인은 ‘계약이 만료됐으나 전환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 일시적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등 조치가 가능하나, 이를 남용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료연대본부 등에 따르면 강원대병원(5개 직종·14차례), 경북대병원(1개 직종·3차례), 부산대병원(3개 병원, 4개 직종·28차례), 부산대치과병원(3개 직종·9차례), 분당서울대병원(3개 직종·5차례), 서울대병원(1개 직종·2차례), 서울대치과병원(3개 직종·5차례), 전남대병원(3개 병원, 4개 직종·17차례), 전북대병원(4개 직종·12차례), 제주대병원(3개 직종·11차례), 충남대병원(5개 직종·10차례), 충북대병원(1개 직종·2차례) 등이다.
이에 대해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원래 정부가 내놨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은 기간제든 파견용역이든 1단계 사업자로 구분되고, 각 병원 파견·용역근로자 계약이 대부분 지난해 6월까지 만료되는 만큼 이미 정리가 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양대 노조는 파견·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재정부담 우려, 단순노무직의 전환 필요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하청업체 이윤으로 돌아가는 비용을 파견·용역근로자의 인건비로 돌리면 용역계약 범위 내에서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물론 근로자의 연차가 쌓이면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해당 근로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큰 문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예를 들어 병원 청소업무는 감염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반 청소업무와는 다르다”며 “정부가 생명과 직결되는 업종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기관별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양대 노조는 병원 내 모든 업종은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