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까지 담는 환자식(食) 목표'
장동한 한국메디칼푸드 대표
2013.04.14 18:08 댓글쓰기

환자들에게 영양은 필수 요소다. 영양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치료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식(食)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시절에는 국내에 판매되는 제품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환자와 부모들도 있었다. 환자식은 생명줄과도 같지만 소수이기에 외면 받던 때였다. 차츰 환자식 시장이 국내에 형성되기 시작했고 없어서 못 먹는 사례는 찾기 힘들어졌다. 그동안 환자식은 영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환자식은 맛없다’는 풍문은 옛말이 됐고 영양과 맛, 모양 등 환자의 삶까지 고민하는 시대가 열렸다. 환자식에 영양과 맛 그리고 일상의 행복까지 담아내는 것이 목표라는 한국메디칼푸드 장동한대표[사진]를 만났다.

 

선천성 대사질환 환아 위해 사업 첫 발


“예전에는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식이요법을 하지 않으면 지적장애인이 되거나 죽을 수도 있지만 돌봐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부모들이 외국에서 특수분유를 가까스로 구해 먹이곤 했다. 환자가 많든 적든 먹는 것은 환자와 부모들에게는 전부다. 이들이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복지가 아니겠나 생각했다. ‘이들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외국 회사와 접촉해 특수분유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조차 제대로 정비가 안됐을 때이다.”


1996년 얘기다. 한국메디칼푸드  장동한 대표이사는 회사 창립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소수의 희귀질환자들에게 ‘식이(食餌)’는 곧 생명과도 같지만 국내에서는 인식조차 없던 때였다.


또 하나의 일화를 소개했다.  장동한 대표이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3세계국가 대사관의 한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일반 밀가루를 먹을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단백이 필요했다. 그 나라에는 있다고 하는데 국내엔 없었다”면서 “후진국에도 있는데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구나 하고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국내 환자식 시장 규모는 작다. 약과 식품의 경계선에 있는 환자식 시장은 약 500~600억 규모로 추정되고 있지만 각 업체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확실한 데이터 분석이 어렵다. 병원, 약국, 의료기상 등을 통해 유통된다.


현재 한국메디칼푸드를 비롯 대상웰라이프, 메디웰 등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종합병원들과 손잡고 환자식 개발을 하고 있는 CJ프레시웨이 등 급식업계와 약가 인하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제약업계에서도 수입 시판을 하고 있다.

그는 “환자식 시장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워낙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그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메디칼푸드는 품목이 많은 편이다. 단, 2명의 환자 때문에 수입한 적도 있다. 환자 수가 적더라도 최후의 보루이자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서다. 이러한 생각은 꾸준한 환자단체와의 교류로 이어졌다. 기부를 비롯 환자단체 캠프 후원이 대표적이다.


장 대표는 “지금은 제약업계 후원이 많지만 그 때만 해도 환자단체들이 갈 곳조차 마땅치 않았다. 희귀·난치성질환자연합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 어려웠지만 세를 살면서도 이들에게 공간 한 켠을 내 줬다. 약 2년 정도 머물렀다”고 전했다.


"제품 국산화 전력·환자 행복과 질(質) 향상 매진"


환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명감은 곧 제품의 국산화를 위한 개발로 탄력을 얻었다. 현재 업계는 대부분 국산화를 이뤄냈다. 해외 기반 제약회사가 환자식 분야에 뛰어들지만 시장 규모가 작을 뿐더러 국내 생산이 대부분 가능한 상태여서 예상만큼의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는 “소수의 제품은 외국에서 들여와야겠지만 가급적 국산화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가 자국 생산을 하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제제 스타일이 서양적이다. 우리 입맛에 얼마나 맞게끔 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급성기에서 만성기 시대로 넘어가면서 병원들은 식이에 대한 관심을 키웠으며, 외국인 환자 증가 역시 의료계에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장동한 대표는 “고령 환자의 경우 치아가 부실하다. 씹고 삼키거나 소화흡수 기능이 많이 약하다. 이 중에는 독거인들도 있다. 앞으로 이런 차원에서 영양보충 부분이 많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간과했던 영양의 중요성이 이처럼 커지기 시작하고 국내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업계는 환자들의 삶의 질(質)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메디칼푸드는 최근 연하곤란(삼킴장애) 환자들만을 위한 특화된 홈페이지를 제작해 운영 중이다. 연하곤란 홈페이지를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환자 삶의 행복과 질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그는 “연하곤란 환자용 점도증진제는 외관상 먹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은 이것을 그냥 죽처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모형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올린다.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삶의 질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자존감·영양·맛 ‘삼박자’ 고려”


영양을 강제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의 삶과 행복을 어떻게 고려해서 구현하느냐가 메디칼푸드의 화두다. 환자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면서도 영양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거기에 맛까지 더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장동한 대표이사는 “아프고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꺼리는 노인 환자들, 학교 급식에서 다른 모양새의 밥을 먹어야 하는 사춘기의 청소년 환자들이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어떻게 배려하느냐가 한국메디칼푸드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스마트폰이나 TV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는 것이 없으면 죽는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큰 안보와 국익은 없다고 생각한다. 환자식 분야에 대한 접근과 고민은 이러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설명 : 좌로부터 고단백요거트아이스크림, 단호박죽, 고구마경단]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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