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의료소송에 걸리는 10가지 방법
2012.05.06 22:20 댓글쓰기

의료과오소송은 점점 늘어나서 의료인들은 괴롭다. 오랫동안 의료계가 기대하던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올 4월부터 시행됐지만, 몇 가지 쟁점 때문에 의협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의료 측에 잘못이 없는 의료사고일지라도 환자 측의 주장으로 의료분쟁이 될 수 있고, 과실이 있어도 소송으로 진행하지 않기도 한다.

 

의료과오소송은 의료 측의 과실보다 ‘의사의 태도가 기분 나쁘다’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등의 감정적인 문제나 이차적인 목적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 학술지에는, 의료과오소송 전담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소송에 걸리거나 패소하는 의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을 정리한 기사(Rice, B. 10 ways to guarantee a lawsuit. Medical Economics. July 8, 2005. pp65-9)를 실었다. 이를 소개한다.

 

1. 의무기록을 자세하게 정리하지 않는다.
진료한 기록은 의료과오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책이다. 정확하게 기록하였다면 그렇다. 그러나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환자 측(변호사)은 의사의 신뢰를 훼손할 무언가를 찾게 된다. 비록 의료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일지라도 의사의 신뢰가 망가지면 판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다른 의사가 이 환자를 치료할 때에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작성하라.” 또는 “다른 의사가 법정에서 당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진술할 수 있도록 작성하라.”

 

의사가 어떤 치료나 처방을 할 때에는 환자에게 그렇게 판단한 근거와 과정을 잘 설명하고 설명한 사실과 내용을 기록한다. 만약 의사의 판단이 잘못이었고 환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였을지라도, 의무기록이 방어할 수 있기도 하다. 의료과오소송에서는 의사가 완벽하거나 항상 옳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사가 합리적으로 판단하였는지를 다툰다.

 

의무기록은 자세하고 분명하게 작성하여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석 달 뒤에 다시 오라고 하였는데 이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재판에서 의사가 지시하였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

 

“의무기록에 없다면, 하지 않은 것이다.”

 

2. 설명하고 동의 받기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주요한 동의는 서면으로 하고 환자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서명하였더라도 환자가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동의서의 효력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설명한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만약 환자가 의사의 치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내용과 함께 의사가 환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도 기록으로 남긴다.

 

일반적으로 동의(승낙)는 평균적인 의사라면 “환자가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판단할 내용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차츰 합리적인 환자라면 알고자 할 내용을 기준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치료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모두 설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합리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모든 환자는 자신의 몸에 시행할 의료행위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3. 무언가 잘못 되었다면, 의무기록을 고친다.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 의무기록을 고치면 소송에서 지기 쉽다. 일단 수정한 기록은 환자 측으로 하여금 의사가 실제로 생긴 일을 감추려고 하였다는 한다는 의심을 갖도록 한다. 가뜩이나 실체를 알기 어려운 의료사고에서 기록을 수정한 것은 의사에게 무언가 감추려는 잘못이 있었다고 믿도록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의무기록을 검토하지 말하는 의미는 아니다. 잘못 기재하였거나 빠뜨린 것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다만 정당하여야 한다. 절대로 지워서 없애거나 원래 기록을 읽을 수 없도록 뭉개서는 안 된다. 만약 잘못 기록된 부분이 있으면, 읽을 수 있도록 한두 줄을 긋고, 새로운 줄에 수정하는 내용을 기재하고 수정한 이유를 추가하며, 수정한 날짜와 수정한 사람의 서명을 남긴다. 모든 전자의무기록(EMR)은 기록을 수정할 수 있을지언정 삭제할 수는 없도록 하였다.

 

4. 의사가 지시하면 환자는 잘 따르리라 믿는다.
환자는 의사가 어떤 검사를 하라거나 또는 다른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으라는 지시를 하면 이를 따를 책임이 있다. 한편 의사에게는 지시를 따랐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검사를 지시하였다면 그 결과를 확인하고 다른 전문가에게 자문을 의뢰하였다면 자문 결과를 확인하여야 한다. 만약 환자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살피고 내용을 기록에 남긴다.

 

5.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다.
진단 오류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검사 결과의 누락이 문제가 된다. 검사실이나 영상의학과에서 결과지를 보내지 않았거나 보냈는데 없어진 경우도 있다. 이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알린다면, 검사한 항목, 검사한 날짜, 검사 결과와 검사 결과의 의미, 그리고 필요하다면 재진 예약을 통보해야 한다. 전화로 알리는 경우에 환자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원칙이며 자동응답기에 녹음으로 남기거나 가족에게 전해달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자가 없으면 전화해 달라고 한다. 환자가 미리 녹음으로 남기라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라고 하였다면, 기록에 남기고 그렇게 한다.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검사 결과가 정상인 것으로 아십시오.”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환자는 검사 결과가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통보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가 비정상이면, 의사는 스스로 환자에게 통보하는 것이 옳다. 의사만이 검사 결과의 의미나 의문 그리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처방할 때 과거에 진료한 기록을 참고하지 않는다.
환자가 특정 약물에 과민하다면 의무기록에 요약하거나 또는 눈에 잘 띠게 표시한다. 의사나 간호사는 처방하거나 투약할 때에 기록을 이중으로 점검해야 한다. 때로 “처방한 약을 다 복용한 뒤에 고혈압에 대한 검사 필요”라고 기록하였으나 이를 점검하지 않고 같은 약을 처방하였는데 뇌졸중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에서 의사가 크게 패소하였다.

 

7. 직접 보지 않고 판단하거나 지시한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환자의 용태, 몸짓, 증세 등은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때로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는 부정확하거나 믿을 수 없다.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때에 특히 위험하다.

 

전화로 지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화로 지시한 다음에는 반드시 다시 확인하도록 한다. 그리고 환자가 호소한 내용과 지시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 만약 진단이 틀렸다면 처방이나 지시가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환자에게 해롭기도 하다.

 

간호사 등에게 맡겼다면 확인해야 할 사항을 미리 정해두고, 사소한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반드시 직접 진찰해야 할 상황들을 알려두어야 한다. 가슴 통증, 머리 손상, 고열처럼 심각한 증세는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도록 하거나, 응급실을 찾도록 한다.

 

8. 환자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지를 상관하지 않는다.
여러 연구에서 소송을 피하려면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신뢰를 보이는 등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의학 지식이나 의료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송 사건에서는 의료사고 자체보다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의사를 믿고 좋아하는데도 의사를 고발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소송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환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9. 어떤 환자든 몇 분만 할애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같은 관리의료(managed care) 상황에서 의사는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여야 한다. 환자들은 ‘빨리 빨리’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었거나 무시당했다고 여기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생기면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소송에서 환자 측은 의사가 진료한 환자의 수를 검토하고, 의사가 오로지 몇 분 동안만 당해 환자를 진료하였다면 의사가 태만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모든 환자를 똑같이 짧게 진료하는 것은 효율적일 수도 없고 옳지도 않다. 신환이거나 심각한 환자라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한다.

 

10. 환자가 불평하거나 사고가 나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분쟁을 제기한 환자는 대체로 “왜 사고가 낫는지”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대개는 의사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였다고 한다.

 

의료과오소송을 피하기 위해서 의료기관은 의료사고가 생긴 환자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해 두어야 한다. 환자를 담당하였던 의사는 자신이 선택한 진단과 치료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합병증이 생긴 이유와 앞으로 할 일을 밝혀야 한다.

 

만약 의료사고가 심각한 합병증을 수반하였다면, 환자나 환자의 가족을 초청하여 그들이 가진 걱정과 의문과 관심사를 듣는다. 그리고 의무기록을 가지고 자세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 자리에서 의사는 동정심을 표현하되 비난을 인정하거나 다른 의사에게 비난을 돌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의료사고가 어느 누구의 잘못이 없었지만 발생하였음을 설명한다.

 

만약 심각한 잘못이 있었다면? 의사들은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면 환자 측은 소송을 제기하리라고 우려한다. 어설픈 변명은 현명하지 않다. 환자 측은 솔직한 대답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향이 크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때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완전하고 동정적으로 잘못을 시인하면 환자 측은 이를 수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벽에다 대고 얘기한다고 생각이 들 때에 환자 측은 화를 낸다. 심각한 잘못이 있어서 소송이 불가피하더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과하는 것은 역시 좋은 방법이다. 환자 측의 분노를 줄일 수 있고, 소송으로 가더라도 의사가 진심으로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바란다는 뜻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사과가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과를 하기 전에 변호사 등을 자문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조심해도 일부 환자는 의사가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하였다고 믿는다. 따라서 ‘잘못’, ‘실수’, ‘우연한 사고’ 등의 용어는 피한다. 대신 “환자의 상태가 이렇게 되어서 가슴이 아프다.”는 정도의 표현이 적절하다.

 

전문가로서 의사 김인회. 의학교육에서의 전문성(Professionalism)의 문제. 제8차 의학교육 합동학술대회 결과보고서 25-31. 2001 (부분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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