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병·의원 '메르스 피해 우리도 모른다'
의협 '보상 관련 피해 규모 산출 기준 마련'
2015.06.16 20:00 댓글쓰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되며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피해 규모 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 보전 사례가 없어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신뢰 하락 등 간접적 피해가 커 사태 극복까지 소요될 시간이 가늠이 되지 않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확진환자가 경유한 경기도 소재 A 의료기관의 행정부원장은 피해 규모를 묻는 질문에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우리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환자 감소 추이 정도만 살펴보는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경제적 손실은 오히려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메르스 병원이라는 낙인이 향후 얼마나 우리 병원을 쥐고 흔들지 아직 알 수 없다. 큰 병원이야 그래도 환자가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같은 규모가 작은 병원은 근처 다른 병원을 찾지 않겠냐”며 걱정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충청남도 소재 B 의료기관 원장 역시 “피해 보상이 휴진 기간만 이뤄질지, 다시 문을 연 후 감소한 환자까지 고려될지, 메르스 이전 상태로 복원 될 때까지 지원이 될지 모르겠다”며 "그 기준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토로했다.


확진·경유환자가 다녀가지 않았음에도 '비공식 메르스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경기도 소재 C 의료기관의 원장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정부의 공식적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불안은 대한의사협회로 향했다. 회원들의 중심에서 혼란을 수습해야하는 의협이 피해 의료기관과 대동소이한 수준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례 없고 뚜렷한 기준도 없는 상황이므로 의협 역할 매우 중요"


서울 소재 D 의료기관 원장은 "선례가 없고, 뚜렷한 기준이 없으며 의료기관과 정부 모두 이에 대한 명확한 안(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의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협이 지금의 시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보전책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의협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협은 ‘메르스 명단’에 오른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휴업 여부 및 경제적 피해 규모, 언론 보도와 다른 내용에 따른 피해 정도, 보건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대한의사협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 등을 묻고 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의협 역시 피해 규모를 산출할 내부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고, 어느 선까지 피해보전을 요구할지에 대해서도 합의는 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13일 메르스 확산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병원들을 위해 정부에 긴급 운영자금 대출 등 지원책을 건의,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 하여금 의료인을 위한 저금리 대출 제안을 이끌어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의협이 나서 의료인의 피해 현황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신속한 기준 마련을 약속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메르스 피해 보전이 향후 감염병 관련 피해 보전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로부터 피해 보전에 대한 확답은 받았지만 피해보전 산출에 대한 기준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정돼 있는 대책회의에서 언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피해보전에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논의의 장을 만들어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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