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방사선량을 1/4로 줄인 저선량 CT를 사용해 맹장염이라 불리는 충수돌기염(맹장염) 진단에 성공하면서 그 유용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 세계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정진엽)은 “응급의학과 김규석 교수와 영상의학과 이경호 교수팀이 충수돌기염 진단에 방사선량을 1/4로 줄인 저선량 CT를 사용해 그 유용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충수돌기염의 경우 비교적 간단히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나타나는 통증 양상이 모호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자칫 수술이 지연되면 충수가 터지는 등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커져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최근 대부분의 병원에서 CT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충수돌기염 진단을 내리고 불필요한 수술이나 충수가 터지는 천공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그러나 CT 사용으로 방사선 노출에 의한 발암위험도 증가가 논란이 되고 있어 저선량 CT를 통해 방사선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전 세계 의학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규석․영상의학과 이경호 교수팀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충수돌기염 진단에 방사선량을 1/4로 줄인 저선량 CT를 사용해 그 유용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2009년 9월~2011년 1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중 충수돌기염 진단을 위해 CT 검사가 필요했던 15-44세 환자 891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대조 비교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무작위 배정을 통해 444명은 방사선량을 1/4 줄인 저선량 CT를 촬영했고 나머지 447명은 일반선량 CT를 촬영한 결과 방사선 노출이 적은 저선량 CT로도 충수돌기염 진단이 잘 되는 것을 입증했다.
충수돌기염 의증으로 수술 후 결국 염증이 없다고 판명된 비율이 저선량 CT 군에서 3.5%, 일반선량 CT 군에서 3.2%로 차이가 없었고 충수돌기 천공률도 저선량 CT 군에서 26.5%, 일반선량 CT 군에서 23.3%로서 차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CT 촬영 시 방사선량을 낮추면 영상의 화질 또한 함께 낮아져 진단에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복부는 많은 장기들이 복잡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진단 시 고화질의 영상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충수돌기염은 매년 9만 여 명이 수술을 받고, 실제로 충수돌기염 진단을 위해 CT를 촬영하는 인구는 수술인구의 2~3배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만 매년 20여만 명이 충수돌기염 진단을 위해 복부 CT를 촬영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규석 교수는 “NEJM에서 이 논문을 채택한 것은 CT 검사 시 방사선 노출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전 세계 의학계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이라며 “충수돌기염에서 저선량 CT의 유용성을 입증함에 따라 충수돌기염 진단에 저선량 CT를 이용하는 것이 표준 방법으로 자리 잡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이경호 교수는 “이 연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경희대학교, 인하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많은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이룬 결실”이라며 “세계 의학계가 기다려 온 연구를 한국 의료진이 해 낸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향후 여러 병원이 함께 참여해 임상 시험을 확대하는 등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