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당시 기증자의 한쪽 신장 무게는 41g, 성인 신장 평균 무게인 200g의 5분의 1에 불과한 소아 신장이 성인에게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18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사진]팀은 뇌사상태에 빠진 생후 4개월 된 남자아이의 양쪽신장을 56세의 만성신부전 환자 김 모씨(여)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식은 장기기증 부족의 현실을 극복하고 이식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특히, 생후 1~2년이 지나야 기증자의 신장 조직이 완만히 형성되고 이식 후 거부반응 없이 수혜자를 관리할 수 있어 원활한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술이었다.
김 씨는 12년 전부터 앓아온 고혈압으로 신장기능이 약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투석치료에 의존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13일 병세가 악화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당시 김 씨의 상태는 특정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는 신장의 기능이 10%도 남지 않은 상황으로 심장에도 심부전 등 합병증도 발생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3000례 수술 경험 토대 포기하지 않은 한덕종 교수 집념
다행히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이식 가능한 뇌사자의 신장이 생겼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기증자가 생후 4개월 된 소아여서 문제가 됐다.
1분 1초가 급박한 응급상황에서 한덕종 교수는 포기하지 않고 기증자와 수혜자의 상태를 정밀히 파악, 연구한 끝에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신장이 김 씨에게 정상적으로 이식되고 작동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이는 3000례가 넘는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하며 쌓아온 풍부한 수술경험과 이식 후 환자관리 노하우가 이뤄낸 쾌거다.
환자는 현재까지 거부반응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이식한 신장도 정상적인 기능을 보이고 있다.
성인 신장의 5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소아 기증자의 신장이식이 성인에게서 성공함으로써, 국내 장기이식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만성 신부전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종 교수는 “다양한 고난도 수술을 시행하며 얻게 된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수술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후 4개월 된 기증자의 신장을 성인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할 수 있었다”며 “이번 수술 성공이 국내 장기기증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고 장기이식 범위가 더욱 활성화 되는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2011년 202건의 세계 최다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달성했으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4년 연속 연 200례 이상의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하는 등 세계 신장이식을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