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이브리드 바람이 병원계 수술실에도 불고 있다. 하이브리드(hybrid) 수술실이란 말 그대로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친, 다시 말해 수술뿐 아니라 중재술의 기능도 동시에 시행해 수술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먼저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기존 수술실 보다 1.5배 큰 면적을 요구한다. 수술기구는 물론 혈관조영술 장비도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1월 양산부산대병원이 개원을 하면서 하이브리드 개념의 수술실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이 2009년 9월 스텐트와 풍선확장술 같은 심장혈관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수술 등의 심장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하이드리드 심장혈관조영실을 마련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도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지만 하이브리드 수술은 시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부천세종병원이 지난해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개소했으며, 관동의대 명지병원도 갖췄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도 하이브리드(Hybrid) 수술실을 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이 심장뇌혈관병원 개원과 함께 계획하고 있다.
또한, 분당서울대병원은 내년 새 병원 개원과 동시에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 문을 연 강남세브란스병원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미래형 첨단 수술실로 조명 받고 있다. 최신 수술 및 조영술 장비의 구성은 물론 흉부외과와 영상의학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등 의료진의 긴밀한 협진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타 병원과 운영의 차별성을 두고 있다.
지난 5일 강남세브란스병원 하이브리드 수술실의 첫 환자는 63세 러시아 남자 교포로 급작스런 복통으로 현지 병원을 방문, ‘급성 대동맥박리증’과 ‘흉복부 대동맥류’로 진단됐다.
그러나 오랜 고혈압과 만성 신부전증 및 폐질환으로 정상인에 비해 폐 기능은 40%, 신장 기능은 1/5이하를 보여 현지 의료진들은 전신 마취에 따른 높은 수술적 위험도를 고려해 수술불가 판정을 내렸다.
더욱이 수년 전 발병한 복부대동맥류로 한 차례 인조혈관 대체술을 받은 적이 있는 터라 재수술에 따른 위험도가 더해지는 이 교포에 대해 현지 의료진들은 수술을 더욱 꺼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국내 사업 파트너가 국내 대동맥질환 전문병원인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러시아 교포를 급히 불러들여 치료를 받게 했다.
이날 수술은 흉부외과 송석원 교수와 영상의학과 이광훈 교수가 환자의 높은 수술적 위험도와 수술 후 환자 회복도를 고려, 수술 대신 부분 마취 하 문제가 된 대동맥 혈관부위 두 곳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혈관 중재술'을 시행해 성공시켰다.
송석원 교수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의 운영으로 응급 질환자에 있어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면서 "증가 추세인 대동맥질환 및 심뇌혈관 응급질환자들이 각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또는 ‘중재술’ 중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한 곳에서 마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당 환자의 치료성적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달에 3~5회 하이브리드 수술을 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최승혁 교수도 “수술 주위조직 더 많아서 위험한 수술을 시술과 복합해 수술의 범위와 위험도를 줄여 주는 최근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요즘은 복강경과 같이 개복을 최소화 해 수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심장혈관 관련 하이브리드 수술은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도입한 양산부산대병원 전국진 교수는 “수술이 개복하는 것이라면 시술은 작은 기구로 수술 전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개복을 최소화하고 혈관조영술을 시행함으로써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