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외과 한덕종 교수팀은 최근 당뇨 환자인 김씨(여·37세)에게 뇌사자의 신장과 췌장을 동시 이식함으로써 국내 첫 췌장이식 200례에 성공, 96.8%(1년)의 환자 생존율을 기록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재확인했다.
병원에 따르면 김씨는 18년 전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후 2005년부터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치료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번 수술 후 더 이상 인슐린 주사와 당뇨 합병증 진행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췌장이식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체내에서 적절히 작용하지 못해 심각한 합병증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의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팀이 200례를 분석한 결과,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가 143명, 체질량지수(BMI)는 정상이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지만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2형 당뇨병 환자가 57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 생존율 등 치료 효과는 세계 최고로 나타났다.
환자 생존율은 1999년 이후 96.8%(1년), 93.1%(5년)을 기록했는데 이는 췌장이식의 메카로 불리며 2000례 이상의 췌장이식으로 세계 최다 수술을 자랑하는 미네소타 대학병원의 97%(1년)와 대등한 수치이다.
또한 췌장 단독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가 60명, 당뇨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동반돼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 받은 환자가 121명, 먼저 신장이식을 받고 일정시간 경과 후 췌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19명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279건의 췌장이식 중 약 72%에 해당하는 200건의 수술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덕종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당뇨가 지속될수록 신부전, 당뇨족, 실명 위험 등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생존율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며 "당뇨 발생 초기 췌장이식 수술을 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막고 환자 생존율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나중에 신장이식을 따로 받아야 하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생체이식은 장기기증 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한 국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표적인 의료기술"이라며 "췌장도 간과 신장처럼 안전하게 생체 이식이 가능한 만큼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췌장이식 수술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가며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당뇨 환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번 200례 달성이 국내 췌장이식 수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덕종 교수팀은 췌장이식에 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200례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5월7일 '췌장이식 200례 달성 세미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