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와 대한이식학회가 6일 췌장이식 200례를 기념해 개최한 제18회 공동심포지엄에서 서울아산병원 외과 한덕종 교수[사진]는 이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덕종 교수는 “200례 달성이라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췌장이식의 최신지견에 대해서 다룰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279건의 췌장이식 중 약 72%에 해당하는 200건의 수술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졌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팀의 이 같은 ‘성과’는 바로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다.
한덕종 교수는 “췌장이식 200례 달성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시행 착오도 있었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노력했기 때문”이라면서 “치료라는 것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한덕종 교수팀은 지난 5월 당뇨병 환자인 김씨(37)에게 뇌사자의 신장과 췌장을 동시 이식함으로써 국내 첫 췌장이식 200례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췌장이식 후 더 이상 인슐린 치료가 필요 없는 건강한 췌장의 상태를 의미하는 췌장의 이식편 생존율은 91.5%(1년)를 달성해 10명 중 9명의 환자가 이식 후 바로 인슐린 주사를 끊고 당뇨병의 고통에서 해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당뇨병의 근본적 치료법으로 알려진 췌장이식의 환자 생존율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인식 부족으로 국내 췌장이식 건수는 한참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췌장이식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체내에서 적절히 작용하지 못해 심각한 당뇨 합병증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의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환자 생존율 등 치료효과는 세계 최고로 나타났다. 1999년 이후 96.8%(1년), 93.1%(5년)을 기록했는데 이는 췌장이식의 메카로 불리며 2000례 이상의 췌장이식으로 세계 최다수술을 자랑하는 미네소타 대학병원의 97%(1년)와 대등한 수치다.
그는 “당뇨병 환자는 당뇨가 지속될수록 신부전, 당뇨족, 실명 위험 등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결국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며 “당뇨병 발생 초기에 췌장이식 수술을 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막고 환자 생존율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나중에 신장이식을 따로 받아야 하는 문제까지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4대 중증질환 등에 대한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췌장이식에 대한 정책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교수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다. 200례 달성을 기점으로 또 한번 췌장이식의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