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앞서 전국 의사 총파업과 관련, 의협 조사에 나선 가운데 지난 4월 2일, 의협 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다는 심사보고서를 송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 4월 30일 세종시 공정위 심판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건’에 대한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오늘(1일) 이에 대한 결과를 공식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피심인 자격으로 노환규 의협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 법무지원팀 관계자 등 5명 그리고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심사관이 참석한 가운데, ‘구술심의’가 진행됐다.
공정위가 의협 측에 제기한 법 위반 사항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와 제26조 제1항 제3호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날 “의협은 지난 3월 10일 총파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협회 구성원들의 개별 의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총파업을 강요했다”며 “회원들의 사업을 저해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이번 사안을 요약했다.
하지만 의협 측은 공정위 측에 이견을 제기했다.
의협 “정부 의료정책 반대 목적, 총파업 강제 수단 없어”
먼저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총파업의 목적은 정부의 의료정책 반대를 위함이지, 이윤을 더 얻겠다는 게 아니”라고 피력했다.
‘구성사업자 활동 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의협이 집단휴진을 강행할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다. 회원들에 사전 의견을 물어 진행했던 것”이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노환규 전 회장은 공정위로부터 총파업 투쟁위원이었던 위원 4인과 검찰 고발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해 “나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직책에 따라 지휘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개인 의사는 아니었다. 내가 책임자이기 때문에 꼭 참조해 달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서 심사보고서를 통해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전 기획이사와 정영기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장,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검찰 고발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의협 측 관계자도 변론에서 “특히 정영기 병원의사협회장과 송명제 전공의협의회 위원장의 경우 의협 측 사업자나 대리인 또는 고용계약인이 아니기 때문에 피심인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의협은 공동 이득을 위해 설립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나친 간섭을 했다”면서 “공정위가 고유사업예산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책정해야 하지만 세입예산 전체도 검토했다”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및 과징금 경감을 주장했다.
이어 “의협의 집단 휴진은 회원 권익 보호에 따른 자발적 참여다. 응급실과 진료실 필수 인력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도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2000년 총파업 때와 같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강경했다. 2000년 의사 총파업 선례 등과 비교했을 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2000년 당시 의협이 회원들에 상당히 영향력을 준다고 법원이 판단한 적이 있다. 지금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의협의 강제 행위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사관은 “총파업 투표에 따른 집단 휴진 결의 내용을 회원들에 통보함으로써 휴진 참여 공동 인식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 심사관은 이어 “3월 10일 의료서비스 공급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이후엔 더 많은 휴진을 진행키로 하는 등 법 제26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했다. 같은 법 조항 제3호에 대해서도 검은 리본 달기와 휴진 상황에 대한 의협 자체 조사 등이 진행돼 휴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위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심사관은 “의협 측이 시정명령 취소 등을 주장하며 지나친 간섭이라고 하지만, 국민 건강과 사회복지를 침해하는 단체 행위 자체가 문제다. 과징금 역시 고유사업예산만 봐달라고 해도 이미 5억원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고발 건에 대해선 당초 심사보고서 내용과 조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심사관은 “피심인에 대한 고발 역시 의료서비스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국민 불편을 끼쳤기 때문에 당연히 고발 대상이지만 투표 이후 투쟁 행위를 했기 때문에 피심인 별로 형벌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마지막 변론에서 “의협은 총파업 불참 회원들에 제재 수단을 강구한 적이 전혀 없었다. 2000년도 파업 투쟁과 지금은 규모 면에서도 완전히 다르다. 각 시도별 참여율도 크게 달랐던 만큼 각자의 선택이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