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가 집행부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의-정 합의안과 관련된 일을 추진할 경우, 집행부는 그 어떤 협조도 하지 않겠다. 또한 그로 인해 대정부 투쟁의 모든 성과물이 사라져 피해가 초래된다면 모든 책임은 비대위에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37대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충돌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의료계가 또 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앞서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규모의 각 지역 및 직역별 반모임 개최를 의결하고 2차 의정 합의안에 대한 회원들의 정확한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도 복지부에 대해 졸속 시범사업을 당장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의협 집행부가 즉각 반발했다. 28일 의협은 "집행부와 논의는 생략한채 2차 의-정 합의안을 무효화하고 회원들을 분열시키려는 일련의 비대위 활동은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주장한 것은 오히려 원격진료를 확실히 막기 위한 수단"이라며 "입법 전 시범사업이 진행돼야 원격진료의 불안전성과 효과 없음이 분명히 입증될 것"이라고 비대위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일방적인 원격진료 강행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 정권 교체마다 추진 움직임을 보였던 원격진료 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총파업 돌입 여부에 대한 회원 투표결과 역시 비대위 행보와 정면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투표결과는 의사회원 4만1226명이 참여해 62.16%인 2만5628명이 제2차 의-정 협의결과를 수용하고 총파업 투쟁을 유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왔다.
의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반모임 이후 리서치 기관을 통해 2차 의-정 합의에 대해 또 설문조사를 계획한 것은 의정 협의결과를 수용한 회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라면서 "회원들에게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원격의료 시범사업 지체로 복지부가 2차 의-정 합의 무효 선언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의협은 "의-정 합의가 무효화되면 정부는 그 동안 방식대로 일방적으로 원격의료를 진행할 것이다. 따라서 총파업을 포함한 대정부 투쟁 성과물도 모두 백지화될 것으로 보여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2차 의-정 합의안에는 원격진료 시범사업 뿐 아니라 건강보험제도, 의료제도, 의료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등 4개 분야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구체화한 39개 합의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의협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사항도 무효화한다는 것은 많은 회원들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의-정 합의 결과를 원점으로 되돌림으로써 의료계에 크나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의협은 "비대위는 의료계 분란을 조장하고 집행부 진의를 왜곡하는 행동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