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료원이 겹경사를 맞았다. 한 곳도 어려운 연구중심병원에 2개 기관이 동시에 선정되는 쾌거를 올리며 잔치집 분위기다.
26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선정 10개 기관 명단에 고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동일 소속 기관이 두 곳이나 선정된 것은 고대가 유일하다.
실제 서울대의 경우 이번 공모에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등 3개 기관이 신청서를 냈지만 본원 한 곳만 선정되는데 그쳤다.
연세대 역시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연대치과병원 등 3개 기관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세브란스병원만 최종 낙점을 받았다.
가톨릭대는 서울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등 두 곳이 신청했지만 1차 평가에서 모두 탈락, 연구중심병원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고려대는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등 신청기관 두 곳 모두 최종 관문까지 통과하며 다른 병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안산병원은 신청하지 않았다.
이번 결과에 대해 고대 내부적으로는 ‘개원 이래 최고 경사’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격양된 모습이다.
특히 'SKY' 중 의과대학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말끔히 털어 버리며 명실상부한 국내 의료계 연구 주축 기관으로 성장했음을 대내외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사실 고대의료원은 단순히 연구중심병원 선정 목적이 아닌 완전한 체질 개선을 위해 그 동안 적잖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고대의 연구중심병원 전환 준비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료원은 2006년 3000억원을 투입해 암센터와 외래진료센터 등이 들어선 대규모 첨단의학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하나되는 융합 연구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판단, 이 부분에 중점적 투자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고대는 캠퍼스 내에 의대, 보건, 생명과학, 공학 전문가 인재풀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네트워크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기대감이 컸다.
이번 연구중심병원 선정과정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융합연구 인프라와 가능성에 적잖은 가점이 주어졌다는 얘기다.
기초, 임상, 이공계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료원 미래를 논의하는 ‘의학-보건과학 리서치페스티벌’은 물론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식재산 및 기술이전 세미나’ 등은 그 가능성을 입증시켰다.
이 외에 고대의료원은 의생명과학자를 병원에 전임교수로 배치, 임상교수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토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젊은의사에 대한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또 지난해에는 연면적 2만1561㎡(6522평),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최첨단 신의학관이 문을 열며 무균실험실, 동물실험실 등 연구 인프라까지 완벽히 갖췄다.
연구중심병원 준비 과정을 진두지휘한 고대 안암병원 최재걸 연구부원장은 “그 동안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며 “병원이 설정한 방향과 정부 정책이 궤를 같이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선 연구력과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토대로 향후 국내 연구중심병원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