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원격진료 추진을 시사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원격진료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진 장관은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은 것은 산업적으로 치명적이라며, 새 정부의 창조경제와 맞물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원격진료 입법이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의료인 간에 이루어지는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간에 이뤄지는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해 지역적으로 고립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인 경우 의료인이 직접 방문해 이동형 전자장비를 통해 원격지의사가 제공하는 전자처방전이나 의료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다.
심 의원이 검토 중인 법안은 의사와 환자의 직접적인 원격진료를 피하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수도권과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더욱 쏠릴 것이란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법안 발의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고,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이동형 전산장비 문제와 의료사고 등에 따른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검토할 사항이 많다"고 말을 아꼈다.
심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원격의료는 정부와 국회 모두에서 본격 추진하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 "환자쏠림 등 정부가 우려 불식시켜야" 반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원격진료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반대도 거세 입법 과정이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의협은 복지부의 원격진료 관련 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진료를 산업적인 측면으로 해석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등 야권의 반대는 더욱 확고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18대 국회에서도 정부가 원격진료 도입을 명분으로 법 개정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며 "당시 정부가 들고온 방안을 듣고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 창조경제 구호와 맞물려 원격진료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 같다. 법안이 논의되려면 선제조건이 많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원격진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제조건을 충족해야 제한적인 면에서 논의에 응할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시설투자 주체를 분명히 하고, 수가체계와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 규명,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 등에 관한 정부의 해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18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정부 입법을 찬성하기 어렵다고 민주당 측은 재차 강조했다.
원격진료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기획재정부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에도 민관 TF를 구성해 제도 추진을 시사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는 금지돼 있다. 의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의료계와 야당의 반대가 심한 만큼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원격진료는 야권에서는 영리병원과 함께 의료민영화 주요 정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정부가 제도 도입을 본격화하면 반대 여론 역시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