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를 통과한 원격의료법(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돼 이제 논의의 무게중심이 국회로 옮겨진 가운데 이를 두고 여야가 표정을 달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되는 것은 절차적 수순이라면서도 입장 표명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가 거세 법안 통과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이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점을 감안해 여당으로서 어느 정도의 추진 의지를 보일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사실, 그간 새누리당은 원격의료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원격의료 논란이 점화될 때마다 새누리당은 "섬이나 벽지 등 의료접근성이 취약한 곳에 거주하는 환자분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이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청와대와 뜻을 같이하며 규제 철폐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의료’라는 포괄적 개념을 언급했을 뿐 ‘원격의료’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이는 원격의료 도입이 규제를 철폐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원격의료 도입을 ‘의료 영리화’로 규정하고 있어 지방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당내에서 의료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박인숙 의원과 보건의료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문정림 의원 모두 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 후 원격의료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논의의 축이 국회로 옮겨온 이상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등한시 없는 상황이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선거 전후를 기점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어느 정도 추진 의지를 드러내는 게 적정선일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에 아직 계산이 덜 된 만큼 향후 이들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과 어떻게 협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원격의료 법안이 상정되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당 내에서는 공천에, 복지위에서는 기초연금에 집중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상정 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방선거 전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미완의 법 제출, 국회 입법권 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원격의료법 국회 제출을 두고 '미완의 법'을 내놓은 것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는 시범사업 후 보완책을 법에 반영한다는 입장으로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법안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법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당분간 처리하지 말라"는 모순된 행동이거나 심의 시기를 결정하는 국회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입법화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 않거나 시범사업 내용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 중 원격의료 도입 추진 당사자를 의료계와 정부에서 여야로 바꿔 주무부처 부담을 덜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논의를 끝내지 않고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국회 심의를 기다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심의를 하지도 않겠지만,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뜻으로 국회에 원격의료법을 발의했든 우리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기존의 시범사업만으로도 원격의료가 별다른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