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중국산이 아니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다고 할 정도로 중국산 식품과 제품이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값싼 노동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시장을 점유해가고 있다.
실제로 초저가 중국산 제품들을 제외하고는 품질이 매우 우수해서 타국 제품을 따돌리기 일 수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의류나 전자제품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는 중국산 김치가 아니면 영업이 힘들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이라고 하면 저질 상품으로 평가하거나 무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제품을 제 가격에 수입해서 팔면 되는데 일부 몰지각한 수입업자들이 무리하게 제품구입비를 아껴서 수익을 더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생산자들에게 낮은 구입원가를 고정시켜 놓고 제품을 요구하니 당연히 저질 제품이나 불량식품이 들어오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수입업자들의 비윤리적인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일정 금액의 진료비를 정해 놓은 뒤 정해진 진료비 내에서 어떻게 하든 병을 치료 해 놓으라고 의사에게 요구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고상한 표현으로 제로섬(zero sum game)게임을 강요하고 있다. 일명 포괄수가제(DRG , Diagnosis Related Group)이다. 미국에서 개발한 이 제도를 국내에서도 재정절감제도로 이용하고자 도입했다.
1997년 맹장수술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자연분만, 맹장수술, 백내장수술, 제왕절개, 치질수술, 탈장수술 등 발생 빈도가 높은 8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시범 실시하다가 2002년 원하는 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2012년 8월부터는 강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외국에서 하니까 우리도 하면 된다는 식이다. 갓 쓰고 양복을 입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실제로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에서 불거져 나오는 환자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포괄수가제에 해당되어 치료받고 조기에 퇴원을 당하는 고초를 겪는 독일 환자들은 포괄수가제를 영국식 퇴원이라고 표현한다. 독일 병원은 포괄수가제(DRG), 즉 질병 당 정해진 기준 액에 따라서 진료비를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합병증이 없는 맹장수술의 경우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날짜와 상관없이 1,780유로(267만원 = 1유로 1,500원 기준)를 받는다. 병원에서는 압박을 받게 된다. 환자를 빨리 퇴원 시킬수록 더 많은 환자를 치료 할 수 있고 병원의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를 조기에 퇴원시키는 일이 잦아진다.
병원에서는 이를 ‘영국식 퇴원’이라고 말하는데, 영국식으로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피가 뚝뚝 흐르는 고깃덩어리가 나오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적절한 통증 조절과 상처회복의 기간을 박탈해 버린다. 병원과 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픈 환자를 병원에서 조기에 퇴원시키거나 싼 약을 쓰거나 싼 의료소모품을 사용하도록 강요받는다. 의사와 병원에게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도록 내몰고 있다. 부족한 보험재원을 먼저 만들기 보다는 손쉽게 빼앗을 수 있는 힘없는 의사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진리가 있다. 강요된 제도는 오래 가지도 못하고 좋은 결과도 얻지 못한다다는 사실을. 강하게 위협하면 의사들을 일시적으로 굴복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참여를 만들어 내기 힘들다. 돈을 아끼기 위해 비윤리적인 의료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의료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아픈 환자들이 병원에서 조기에 퇴원당하고 싼 의료재료로 치료받도록 내몰리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의사의 양심에 너무나 괴롭고 마음 아프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조장하는 포괄수가제 같은 제도는 정의롭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은 제도다. 이젠 국민이 정부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