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으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前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송형곤 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前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8일 '저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이었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응급실의 감염 문제는 비단 삼성서울병원만의 책임이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병상 늘려도 전국서 몰려드는 환자들 감당하기 역부족"
그는 "(재직하는 동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병상은 많이 부족했고 환자가 입원 결정이 나더라도 그날 응급실에서 병실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병원은 병상 수를 1000병상으로, 그리고 다시 2000병상으로 늘렸지만 밀려오는 전국의 환자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송 전 과장은 "혹자는 병실을 늘리고 응급실을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있는 한 전혀 합당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빅 5 병원은 병상을 늘리면 늘리는 만큼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만에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로 차 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 유명 대학병원에서 암수술을 하자고 하면 무조건 빅5로 소견서 들고 오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의 상황이고, 동네병원에서 약 좀 먹어보고 경과를 보자고 하면 못 믿겠다면서 3차 병원으로 가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러한 응급실 환경을 누가 만들었냐는 것"이라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고 응급실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정부,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등 의료정책을 만들고 의료비 지불체계를 좌지우지했던 분들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료 등 위에서 언급했던 부처의 공무원들로부터 삼성서울병원 입원 청탁 사실도 폭로했다.
송 전 과장은 "의협 이사 및 부회장으로 일할때 그분들로부터도 삼성서울병원에 빨리 입원될 수 있도록 많은 부탁성 청탁을 받았다"면서도 "그들이 이러한 쏠림 현상을 모를리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하지만 청탁만 되풀이할 뿐 대안을 내놓거나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대형병원이나 의사들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와의 갈등 불구 최초 메르스 환자 확진 찬사 받아야"
그는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는 강제적인 법을 만들고 대형병원이 양(量)으로 승부하지 않고 질(質)로 승부할 수 있는 수가를 만들어달라"며 "쏠림현상이 한편으로는 일차의료와 지방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당부했다.
송 전 과장은 "삼성병원 의료진이 메르스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질병관리본부와의 갈등 끝에 최초로 확진하게 된 것은 정말 찬사를 받을 일"이라며 "근본 원인은 의료 전달체계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 정부, 복지부 등에 있으며 대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초저수가를 유지해온 건보공단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에 대한 아쉬움도 이어졌다.
그는 "이번 삼성서울병원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정부가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구태를 벗고 명명백백한 공무를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