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그동안 한의학에서 다뤄지지 않은 의료기기를 무슨 근거로 사용하느냐”라는 주장을, 한의계는 “현대 문명의 산물을 독식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는 논리로 맞대응하고 있다.
두 주장 모두 양측 시각에서 보면 일리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 분야 특성을 감안한다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의료인은 면허를 받은 특수직이다. 일반인에게 허가되지 않은 특수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정규교육과정 이수 및 국가고시 통과가 필수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현행 정규교육 프로그램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기초부터 임상까지 학문적 태생과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자체 교육센터를 개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외 연자를 섭외해 약 12~16주 동안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운영시점은 내년 초로 잡았다.
한 의료계 인사는 “한의계 스스로 의료기기 관련 공부를 하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할 생각이 없지만 이번 한의협 발표는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16주 만에 얼마만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자 섭외 기간 역시 촉박해 보인다. 약 2달 정도 남은 현 시점에서 검증된 수준 높은 해외 연자를 섭외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한의협 영문 명칭(The Association Of Korea Medicine)이 외국에서 ‘한국 의사’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의사와 한의사는 엄연하게 다른 직종”이라며 “해외 연자 섭외 시 한의협은 본인들의 영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겠는가. 외국 의료진이 국내 의료계와 한의계를 동일시 또는 혼동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흔히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압축·요약 설명된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바람직하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라면 다른 분야에 비해 교육의 중요성은 배가된다.
“지난 수 십년 간 임상을 봐 온 본인도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 결과를 보면 깜짝 놀란다. 왜 각 분야별 전문가가 필요한지 여실히 느끼고 있다”라고 말한 어느 노(老) 교수 발언을 한의계는 한 번쯤 되새겨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