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료기기 사용 관련 기준 정립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선 가운데 탄산레이저수술기로 촉발된 의료계와 한의계의 대립각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의 모호성이 낳은 또 다른 논란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년 안에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의 갈등은 점입가경 양상이다.
앞서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과정을 문제 삼았다.
피부미용의료기기를 통증 완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여서 근거가 불충분한데 한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냈다는 것이다.
피부과의사회가 문제 삼은 하니매화레이저(COSCAN III)는 지난 5월 28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조직 절개, 파괴, 제거 및 통증완화가 목적인 탄산레이저수술기로 품목 허가가 났다.
식약처에 따르면 COSCAN III는 탄산레이저수술기와 의료용레이저조사기가 조합된 제품이다. 탄산레이저수술기로는 국내에 127개, 레이저조사기로는 213개가 허가됐다.
‘매화침의 원리를 현대화해 한의사를 위한 CO₂프락셔널레이저로 맞춤 설계 됐다’는 함소아제약의 홍보 내용과 달리 하니매화레이저는 기능을 조합한 것일 뿐 일반 의료기기와 다를 바 없다.
지난 3일 본지 확인 결과 식약처는 허가 사항과 다른 광고 내용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함소아제약측에 조치한 상태다.
韓 "외국 교과서도 탄소레이저 사용 게재"
한방레이저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니매화레이저를 향한 의료계의 비난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레이저침은 한방 의료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된 한의사의 중요한 치료 영역”이고 의료계 주장과 달리 통증완화 근거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한방레이저학회는 “이산화탄소 레이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진통 목적으로 사용돼 왔고 많은 논문과 전문 서적에서 다루고 있다”며 “레이저 치료학 교과서인 'Laser therapy handbook' 2002년 판에도 다양한 통증에 사용된다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에는 미국 메릴랜드의대에서 이산화탄소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침 치료가 무릎관절통에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며 “교과서와 논문을 찾아보는 최소한의 수고조차 하지 않고 ‘세계 최초’ 운운하는 것은 참된 연구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의사가 탄산레이저수술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가 대립 지점이지만 이를 명확히 할 기준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장기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복지부는 빠른 시일내 기준안을 마련해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협의가 진행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는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져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모호한 법 규정이 해결돼야 의료인 간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MRI, CT 등 몇 가지 품목을 제외한 의료기기의 경우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개별 소송이 걸리는 등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규제 기요틴도 이걸 해결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