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의 첨예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의사는 CT 등 방사선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범위 설정을 위한 별도의 협의체의 막바지 조율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내용은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중 복수면허 의료인이 개설하는 요양기관 급여비용 산정방법에 적시돼 있다.
이 고시에는 복수면허자의 경우 방사선기기를 이용한 진단은 의과 요양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으므로 한의과 요양기관은 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복수면허 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개설지침에 기반한다. 복수면허자가 동일한 장소에 면허에 따라 각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시설의 공동이용 기준을 담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물리치료, 방사선기기를 이용한 진단 등은 의과 의료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으므로 물리치료사, 물리치료실, 물리치료 장비, 방사선사, CT, MRI 등은 공동이용 할 수 없다.
물론 이 지침은 복수면허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사항이지만 정부가 이미 현대 의료기기의 허용 범위를 설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실제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올해 초 업무보고 정책설명회 자리에서 밝힌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관한 입장 역시 이 근거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덕철 실장은 당시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범위에 대해 전면적 허용 보다는 제한적 허용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CT‧MRI 등 고도의 숙련이나 판독기술이 요구되는 진단장비는 물론 논란의 불을 지폈던 초음파나 X-ray도 허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덕철 실장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판결 어디에도 한의사 의료행위에 초음파나 X-ray가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이들 기기에 대한 허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CT·MRI 등에 대한 허용 불가 방침이 전해진 적은 있지만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초음파와 X-ray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실제 지난 2011년 5월 대법원은 X-선 골밀도측정기를 이용한 진료는 한방 의료행위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허용한 한의사 사용 의료기기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