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열린 의료일원화 관련 공청회 이후 전국의사총연합을 비롯한 일부 회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대한의사협회가 12월11일 두 번째 공청회를 개최했다. 성난 의료계 민심(民心)을 되돌릴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첫 번째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한방 측 입장은 이번 토론회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참석자는 오히려 더욱 줄어들었다. 두 번째 토론회마저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낮은 참여율은 곧 회원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물론 두 번째 토론회 주제 자체가 ‘의학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의료일원화 논란의 파고(波高)를 고려했을 때 ‘관심 저조 현상’은 추무진 집행부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대목이다.
주최 측에서도 일정 부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은 “첫 번째 토론회보다 청중이 많지 않다”며 “현재 의료일원화 과정에서 열심히 의협 추무진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다양한 논의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방이 어떤 실체인가는 이미 의료계 대다수가 알고 있다. 문제는 50년 전부터 있었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성 회장은 “의료계는 너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50년 후에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회장은 “의료일원화 관련 토론회를 너무 비판적으로 보지 말고,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며 “추무진 회장이 고민이 많다. 그가 주저앉지 않고, 힘을 내서 의료일원화의 초석을 닦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과 지원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무진 집행부가 부담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두 번째 공청회 개최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의협 내부적으로 장기적인 계획과 방침이 이미 수립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이번 행사 주요 프로그램이 ‘의학교육일원화에 대한 고찰’, ‘교육일원화의 전망과 과제’로 아직 일원화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첫 번째 공청회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회원들의 오해만 잔뜩 사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보수교육을 통한 통합 면허 발급 등 아직 의료계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부적한 내용이 다뤄졌다는 사실이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추무진 회장이 첫 번째 공청회가 열리기도 전에 복지부, 한의협과 의료일원화 관련 사전 조율 문서를 건네주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추무진 회장 "회원 의견 수렴 없는 의료일원화 고려하지 않아"
이를 의식한 듯이 추무진 회장은 “첫 번째 토론회 당시 일부 주제발표 문구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연자들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발제를 준비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특정 연자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추무진 회장은 “토론회 특징은 개인별 생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이어 “의학교육 일원화가 된다면 한의대학 폐지가 현실화되고, 종국에는 의사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추무진 회장은 “다양한 전문가 및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라며 “이번 토론회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이번 달 초 경상남도의사회와 의협 정책연구소가 의료일원화 문제를 두고, 양 측 간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 점을 보더라도 앞으로의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의협과 시도지부 간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당시 경남의사회는 “의료를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의료일원화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의협 정책연구소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의협 정책연구소는 “경남의사회가 표현한 것처럼 부실하고 의사의 권익에 반하는 무책임한 연구에 임하는 연구원은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의협은 섣부른 판단 자제를 요청했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 의료일원화 추진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설립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추무진 회장이 대회원 서신문에서 언급했듯이 회원들의 민심 파악과 의견 수렴이 가장 큰 목적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