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내과, '심장협진' 갈등 여전
서울대병원 김기봉 교수, 구조적 문제 지적…'적정치료 기회 상실'
2016.05.19 12:20 댓글쓰기

심장 스텐트 협진 자율화 이후 임상 일선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간 불편한 관계가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흉부외과는 스텐트 시술 빈도가 높아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스텐트 보다 관상동맥우회술이 생존율 측면에서 유의미 함에도 이를 간과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지적이다.

관상동맥우회술(CABG)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를 둘러싼 흉부외과와 내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기봉 교수[사진]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한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설명회 자리에서 이 같은 문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스텐트를 활용해 PCI를 시행한다고 해도 CABG가 더 낫다. 현재 모든 관상동맥질환과 관련된 국제 가이드라인을 살펴봐도 외과적 치료는 권고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SYNTAX 등 자료에 따르면 수술 후 5년이 지난 시점에는 CABG 군이 PCI 군보다 사망률, 심근경색 발생률, 뇌졸중 발생률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PCI 시술은 CABG 대비 ‘21:1’ 비율로 높아 대다수 환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다. 


김기봉 교수는 “심장환자들은 우선적으로 순환기내과를 찾게 되는데, 진단과 시술을 순환기내과에서 전담해 환자가 PCI만 받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김 교수의 환자 A씨(70·여)는 10년 동안 10번의 PCI를 받았지만 그 과정 중 CABG에 대한 설명을 단 한차례로 들어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B씨(38·남) 역시 과거 2년 간 6차례의 PCI를 받았지만 순환기내과에서 흉부외과로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응급환자일 경우에는 PCI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 외 안정적인 상태의 환자는 CABG를 권고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협진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환자 사례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협진 의무화가 안 된 것이다. 무조건 협진으로 묶어두는 것은 오히려 병원을 압박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협진체계를 구축한 병원들도 있다. 이러한 선례들을 참고하면 향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의무화가 아닌 상황에서 심평원이 강제로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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