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특히 여성 노동자' 눈물로 설립된 녹색병원
YH무역 투쟁 40년 반추···원진레이온 자리에 400병상 첨단 의료기관 오픈
2019.08.16 05:47 댓글쓰기
<사진제공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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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1979811일 새벽 2. YH무역 여성 노동조합원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강제 해고에 이은 폐업 공고에 맞서 힘겹게 농성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새벽을 틈타 농성장으로 경찰 1200여명이 투입되면서 23분 만에 조합원들의 치열했던 농성은 순식간에 진압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22세 꽃다운 어린 나이의 여성 노동자 김경숙 열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30년 만인 2008년 재조사가 이뤄졌고, 조사결과 사망 원인은 당시 경찰이 발표했던 투신 자살이 아닌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추락사로 밝혀졌다.
 
20139월 과거 노동자의 눈물과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YH무역이 있던 자리에 노동자들의 희망을 새로 심어주는 메시지를 담아 녹색병원이 세워졌다.
 
400병상 규모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녹색병원은 당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직업병 투쟁이 거둔 결과다. 초대 원장으로는 외국인 노동자와 영세민 진료를 해온 양길승 원장이 부임했다.
 
양길승 원장은 취임 당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직업병 사망 사건이 많이 발생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효과적이고 전문적인 치료, 재활과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하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종합병원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김경숙 열사가 숨진 지 40년이 흐른 2019810. 녹색병원으로 여성노동자와 마을활동가, 지역주민 등 수십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2019 여성노동을 말하다행사 참석을 위해서였다.
 
녹색병원, 중랑희망연대, 중랑마을넷 공동주최로 YH무역 노조위원장이었던 최순영, 임상혁(녹색병원 원장),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YH무역 여성노동자 투쟁 40년을 맞아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녹색병원 강당에서 치뤄진 행사에서는 YH 30주년 다큐 꽃다운상영을 시작으로 지금, 여성노동을 말하다토크쇼, YH무역 사진 전시회와 기념 현판식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가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현재 녹색병원 위치가 바로 YH무역 공장이 있던 자리이기 때문.
 
YH무역이 임금체불 및 일방적인 해고와 폐업으로 노동자를 짓밟았던 행위와 녹색병원의 모태가 됐던 원진레이온 공장 산재 근로자들의 희생은 당시 힘겨운 노동자들의 삶을 말해줬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9 여성노동을 말하다행사를 뒤로한 채, 녹색병원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는 한 달째 이어지는 서울톨게이트 고공농성 현장으로 의료지원을 나갔다.
 
YH무역 최순영 전 노조위원장은 이들의 뒷모습이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노동현장의 현실이 아직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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