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19 신규 감염 '0명'···방심은 금물
52일만에 확진자 발생 없어···병원 집단감염 등 주의 장기전 대비
2020.04.11 06:0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박민식 기자] 2020년 4월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0명’. 멈추지 않을 기세로 증가하던 확진자 수는 전날 수치 그대로였다. 코로나19는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대구 전역을 인정사정없이 휩쓸고 다녔다. 지역 내 확진자는 6807명에 이르렀고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여느 때처럼 새 봄을 맞았을 142명의 시민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동안 의료진은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없었고 시민들은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픈 마음을 조금씩 참았다. 대구는 ‘0’이라는 숫자를 그렇게 힘들게 코로나19로부터 되찾아왔다.[편집자주]
 

대구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확인된 것은 2월18일이다. 코로나19는 해당 확진자가 다녀갔던 신천지 교회 예배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3일 뒤 대구의료원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코로나19 치료 거점병원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환자 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구시는 대부분의 확진자가 신천지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되자 1만여 명에 달하는 신천지 교인을 파악해 전수검사를 시행했다.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 불과 일주일 뒤인 25일에는 확진자 수가 500명을, 27일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전국 각지에서 2000명이 넘는 의료진들이 위기에 처한 대구를 돕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좀처럼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별도의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됐고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들 160여 명이 3월2일 처음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하지만 신천지에서 시작된 불씨가 잡히자 이번에는 정신병원,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확진자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결국 대구시는 지난달 13일부터 정신병원,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750여 곳에 대해서도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그렇게 50여 일이 흐르고 코로나19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마침내 52일째 되는 날, 대구는 신규 확진자 0명을 기록했다.
 

감염자 ‘0’명 까지 고군분투 의료진...“고무적 성과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일 확진자는 ‘0명’을 기록했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확진자 감소세가 현저히 두드러지며 희망적인 상황이 관측되지만 경계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은 “일 확진자가 ‘0명’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기쁘지만 내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 감소세가 계속되기를 희망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2차, 3차 집단감염과 원내감염 위험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최근 2주간 시설 내 집단감염이 아닌 일반 감염이 0~10명 정도로 집계되면서 조만간 일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면서도 “그러나 내일도 확진자가 ‘0명’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증상 감염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앞으로 4˙·15 총선 등 대규모 행사가 예정돼 있는 등,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지 않고 확진자 및 감염의심자 관리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의 촉각을 다투고 있는 중환자실은 여전히 초긴장 상태다. 확진자가 줄어들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지금 치료 중이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환자 폭증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한 김현지 내과전문의는 “처음 대구에 내려왔을 때 중환자는 16명이었는데 지금은 14명이다. 인원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일반 병동에서 조금이라도 상태가 악화되면 중환자실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만큼 2주 전보다 여유로운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 지역 확진자가 계속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와 함께 파견되는 의료 인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4월 8일 기준 파견 의료인력은 1천274명(의사 349명, 간호사·간호조무사 848명, 임상병리사·방사선사 77명)이다.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했던 지난달은 약 2천여명의 인력이 대구로 파견됐다. 한 달 새 절반 가량이 줄어들은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문의가 처음 파견을 나왔을 당시만 해도 3교대 근무를 하던 중환자실은 현재 2교대 근무로 돌아간다.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은 강력한 방역체계를 지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철훈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더라도 코로나19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사실상 완전한 종식은 쉽지 않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 교수는 “신천지나 요양병원 사례와 같은 집단감염을 막고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수준으로 제어하는 게 최종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 역시 “방역 당국의 적절한 대처와 시민들의 협조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력이 더해져 가능했던 결과”라면서도 “확진자 0명이 계속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생활방역을 착실히 수행하며 장기전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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