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난자은행 특화 '잠실 난임센터' 개소 추진
"미혼여성 난자 동결 등 중점 관리"···지역 산부인과 "일차의료 위협" 반발
2023.08.29 05:31 댓글쓰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차여성병원의 전경. 강남차병원 제공

차병원이 서울 잠실에 난임센터를 개소한다. 새 난임센터는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중점으로 관리, 운영될 계획이다.


28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차병원은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롯데캐슬골드에 난임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차병원 관계자는 “잠실 난임센터 오픈 계획은 사실”이라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가적인 차원에 기여를 하고자 잠실에 난임센터 개소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는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국 지자체 중 출산율이 0.59명으로 가장 낮은 서울시는 올해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 난임 시술비 지원, 난임·우울증 상담센터 운영 등의 정책을 냈다.


차병원 측은 “미혼 여성들을 위한 난자은행에 초점을 맞춰 기존 난임센터와 차별화할 계획”이라며 “미혼 여성들이 난임센터에 선뜻 들어가기 꺼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관광 차 강남 지역에 유입되는 해외 거주 교포나 외국인이 많다”며 “이들 수요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69.8%가 난자 보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차병원에서 진행한 전체 난자동결 시술 건수는 2015년 72건을 시작으로 2019년 599건, 2022년 1131건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새 난임센터 개소에 대해 “전문적인 난임시술이 필요한 지역 주민을 의료기관에 연계할 때 선택지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차병원 인지도도 있어 지역 내 산모들의 난임센터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원 측은 “잠실 난임센터 규모, 개소 시기 등 상세한 부분은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부 허가 등 여러 행정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송파구 난임센터만 4곳" 거부감 vs 차병원 "상생 방안 모색"


이를 두고 인근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차병원의 난임센터 개소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송파구에는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난임센터를 구축한 산부인과 병·의원이 4곳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송파구 A산부인과병원장은 “인근 한 산부인과는 4년 전에 증축을 하는 등 모든 병원이 엄청 투자해서 현재의 시설을 갖췄다”며 “이 지역 난임센터 여력은 충분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의료계는 잠실 난임센터가 의원급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대학병원에서 의원급 난임센터를 짓는다면 일차의료 시스템을 위협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차병원 측은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난임센터이다 보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새 난임센터가 개소하면 해당 지역의 환자 파이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인근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연대를 준비 중이다. A 병원장은 “잠실 난임센터 개소 계획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차병원에서 분원을 짓는다면 난임센터가 부족한 지역에 추진하거나, 아니면 우리같은 중소 병원에서 입원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차병원 측은 “지역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바를 이해한다”며 “최대한 지역 산부인과 병·의원들과 상생(相生)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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