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 방치되나
작년 신고 3만여건…아직 위중증 없지만 요양병원‧요양원 확산 추세
2024.01.18 09:02 댓글쓰기



최근 제주 지역 종합병원의 한 병실을 거쳐 간 23명이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양성 판정을 받으며, CRE 감염이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CRE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균으로 의료기관에서 환자, 의료용품 등을 통해 전파되는 의료관련 감염의 일종이다.


고령층 감염 비율이 높고 요로감염 및 위장관염, 패혈증 등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아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됐다.


다행히 이번 제주 집단감염 환자 중 아직 위중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추가 확산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와 관련,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국이 CRE로 난리다. 제주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CRE 감염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다. 그냥 애써 모른 척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혈류감염, 요로감염, 폐렴 등 국내 의료관련감염 발생률은 감소 추세이지만 CRE 감염만큼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CRE 감염 발생신고는 지난 2018년 1만1954건에서 2022년 3만548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1월까지 3만3219건 발생해 10%정도 늘었다.


이 교수는 “CRE 감염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고가 너무 많으니 역학조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감염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 외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만 해도 제대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요양병원은 CRE 검사에 대한 수가도 책정돼 있지 않다 보니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발생되는 환자만 보고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CRE 감염은 수면 아래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대학병원에서 CRE가 최초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감염 전파는 그 환자들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모이면서 일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22년 다른 곳에서 강남성심병원으로 전원한 환자 중 30% 정도는 CRE 감염 환자”라며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CRE 환자가 종합병원‧요양병원‧요양원으로 옮기며 감염이 확산되고, 그에 감염된 환자가 다시 대학병원으로 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CRE 관리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하는데, 보건당국은 이제야 현황파악하려는 단계”라고 우려했다.


CRE 감염의 지속 증가로 정부는 지난해 4월 ‘제2차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2023~2027)’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4개 추진 전략, 12개 중점과제를 마련하고 2027년까지 CRE 환자수를 2022년 대비 20% 감소시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각 의료기관에 감염관리실 설치 및 전담인력 배치가 우선 실시되고 있다.



급성기 병원에만 맞는 관리 기준…감염 재발 요양병원‧요양원 속수무책


하지만 현장에서는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연호 호원요양병원 이사장은 “종합대책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감염전담인력 충원은 CRE와 별 상관이 없다. CRE는 인력이 아니라 시스템 부재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CRE 관리 기준이 대부분 요양병원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현재 CRE 감염된 환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번 연속으로 음성 판정을 받으면 감염 상황이 해제돼 격리병동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길 수 있다. 


다만 CRE는 재발 가능성 높은 데도 일반병동에서의 환자 관리 지침이 전무하다. 


박 이사장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금세 환자가 퇴원하지만, 요양병원의 경우 일반병동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길다. 통계적으로 CRE 감염 해제 후 1년 내 재발 가능성이 20~30%에 이르는 데 이들을 관리하는 기준이 없으니 재발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격리 수가가 낮은 점도 지적됐다. 박 이사장은 “격리병상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가운을 교체하고 알코올 소독을 하는 등 전문성과 노동 요구도가 더 높다.

그래서 필요인력 수는 물론, 일반병동보다 간호사 비율도 더 높다. 그럼에도 요양병원 격리 수가는 일반의원들의 격리 수가보다 더 낮은 상황”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당국에서도 실태조사를 나오면 이런 상황들에 공감하고 돌아가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일갈했다.


전문가들은 CRE 감염의 더 큰 위험은 요양원에 잠재돼 있다고 봤다.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원에서는 감염 감시는 물론, 괸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요양원에서 양성 환자가 발생하면 다시 요양병원으로 입원하고, 요양병원에서 나으면 다시 요양원으로 입소해 감염자가 계속 순환하고 있다”라며 “요양원 내 CRE 감염 현황을 제대로 조사해보면 감염 환자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RE를 관리하겠다면, 활동성결핵 환자가 요양원을 못 가는 것처럼 CRE 감염 환자도 요양원에 보내지 말아햐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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