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증원 규모 회의에서도 '2000명' 언급 무(無)
제5차 의사인력전문委, 첫 구체적 논의…법원 "2천명 직접적 근거 없어"
2024.05.18 05:52 댓글쓰기



지난해 10월 열린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제5차 회의 모습.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받은 의대생 측은 "주장했던 내용의 90%는 인정됐다"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유일하게 의대 증원 규모가 논의됐던 회의에서도 2000명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법원이 증원 근거 미비를 지적하며 대법원, 나아가 본안소송에서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 대한 결정문에서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을 증원키로 결정한 것은 2035년에 의사가 약 1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 3건의 보고서에 근거해 산술적으로 계산한 것일 뿐, 2000명이라는 수치 그 자체에 관한 직접적인 근거는 특별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이 판단한 이유 중 하나로 지난해 10월 열린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제5차 회의를 들었다.


재판부는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의대 증원을 논의했다는 회의 가운데 증원 규모가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논의된 것은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제5차 회의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2명 위원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0명이란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10명 중 6명은 1000명 이하 증원을 제시했으며, 3명은 최대한 증원을 제안했을 뿐 특정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1명은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1000명 이하 증원을 제안한 위원 중에서도 A위원은 연간 100~300명 범위로 몇 년에 걸쳐 점진적 증원을 해야 한다고 했으며, B위원은 1단계로 과거 감축된 351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부는 지난 2월 6일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같은 날 오후 3시 긴급브리핑으로 증원 발표를 했는데, 이 당시 20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처음으로 논의‧제시됐다"고 인정했다.


이는 재판부가 집행정지의 요건 중 '긴급한 필요'를 충족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신청하는 자격(원고적격)과 더불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받아야 한다. 1심에서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결정을 받았다.


이에 있어 항고심 재판부는 원고적격을 인정한 데 이어 "2000명이라는 수치가 현실적으로 제시된 것은 증원발표 직전의 보정심이 사실상 처음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의대정원 증원처분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원 처분의 적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원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집행정지의 또 다른 요건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인정받지 못한 점은 의대생 측이 대법원에 소명해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


항고심 재판부는 “의대 정원이 증원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게 될 사회적 불이익과 의대생들이 적절한 의대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때 불이익을 비교할 때 전자의 불이익이 후자의 불이익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는 "이번 결정은 증원 처분의 집행정지 필요성만을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을 2025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가 없지 않다"며 "정부는 향후에도 대학 측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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