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가운 대신 흰색셔츠 입고 대통령실 앞 의대 교수들
의평원 말살 시도 저지 집회 개최, "개정안 철회‧2025년 증원 중단" 요구
2024.10.03 17:21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이 흰가운 대신 흰색셔츠를 입고 오늘(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운집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표적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3일 오후 대통령실 앞에서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금년 의료사태 속에 의대 교수들이 주최한 첫 전국단위 집회이며 교수 8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대통령령인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의대 평가‧인증에 대한 특례를 신설하는 게 골자로, 의대 자체 노력과 상관없는 요인으로 학사 운영이 정상적이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된 경우 '1년 이상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 인증기관이 공백일 경우 기존 인증 효력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정원이 늘어난 30개 의대 중 다수가 불인증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교육부가 의평원 무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대 교수들 "더 이상 굴욕 참지 않겠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분명 의과대학을 교육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이제는 의평원에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평원을 말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초래한 의료붕괴를 막지 못했지만, 미래 의사들을 교육할 환경까지 무너뜨리는 정부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전의비는 정부 의평원 말살 시도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도 개회사에서 "우리는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행령을 저지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우리 투쟁은 의학교육 정상화 및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규정 개정으로 아시아에 유일하게 인증을 받은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대 증원은 2025년부터 당장 중단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의료계와 함께 논의되지 않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료개혁특위는 파기하라. 그리고 불법 증원을 밀어붙이고 의학교육을 파괴하려는 책임자들을 즉각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굴욕을 참지 않겠다. 정부 폭거에 분연히 일어나서 항거하자. 제자들을 지켜내서 미래 다음 세대 건강권을 지켜 나가자"고 독려했다.


박주민 의원 "의평원 무력화 않겠다던 장관들, 국회가 좌시 않겠다"

안철수 의원 "정부가 절대 해서는 안될 일, 국민들 받아들이기 힘들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개최된 결의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교수들 외에도 전공의와 의대생, 학부모와 더불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한 목소리를 냈다.


박주민 의원은 연대사에서 "정부는 의학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의평원의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실패만을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 뿐"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국회 청문회에서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정부 시도에 강하게 문제 제기했을 때 관련 부처 장관들은 '그럴 리 없다'고 약속했지만 또 다시 공수표가 돼가고 있다. 국회는 이런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연대사에서 "정부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의사면허를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를 무력화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격이 부족한 학생이 의사면허를 받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의료개혁 선후가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의사도, 국민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의평원, 이른 시일 내 기자간담회서 개정안 관련 입장 발표

(왼쪽부터)오세옥 부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배장환 前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의대 교수들도 단상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특히 배장환 전(前)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정부 행태는 도저히 문명사회에서 있어야 될 일이 아니"라며 "정부의 이번 정책 추진은 한 치의 정당성이 없다. 그리고 우리 분노와 저항은 한 치의 잘못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저항하는 이유는 밥그릇을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나타날 미래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숭고한 약속"이라며 "교수님들이 끝까지 저항해 정치적 소신과 철학이 없는 위정가 한 명이 만든 의료농단 사태를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평원은 지난 20년간 의과대학들에게 의학교육의 최소한 표준을 제시했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평원 무력화 조치는 대한제국 광혜원으로부터 지난 100년간 뿌리내리고 이제 세계로 도약하려는 한국 의학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거"라고 일침했다.


한편, 윤태영 의평원 부원장은 "의평원 의과대학의 의학교육을 평가하는 전문기구로서 전문성과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을 굉장히 주요하게 생각해 이것을 잘 유지하도록 계속 노력해왔다"면서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평원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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