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에도 식지 않는 '대학병원 유치전'
과천 이어 동탄 신도시 사업자 공모…건축비·병상 수 등 신중론도 제기
2025.01.01 07:01 댓글쓰기



의정갈등 사태 이후 수도권 대학병원들 분원 설립 열풍이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 러브콜은 여전한 모습이다.


신도시 개발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마다 대학병원 유치를 목표로 대규모 의료시설용지를 배정하고 병원들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들은 의정 사태 등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숙원 사업 수행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한 경기도 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 종합병원 유치를 위한 패키지형 개발사업 공모에는 3개 대학병원이 참여했다.


마감결과 고려대학교의료원, 순천향대학교중앙의료원, 중앙대학교의료원 등 3곳이 새병원 건립 사업 신청 확약서를 제출했다.


이들 병원 모두 지난달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며 일찌감치 의지를 드러냈고, 함께 참석했던 동국대학교의료원과 한림대학교의료원은 확약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탄2 신도시 의료시설용지는 동탄역(GTX, SRT, 동인선)으로부터 직선거리 약 1.5km에 위치해 있고, 동탄 도시철도와의 접근성도 우수해 수도권 남부권역 의료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LH와 화성시는 의료시설용지와 주상복합용지를 패키지로 공급함으로써 민간의 사업 참여 활성화와 종합병원 건립에 대한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도시 내 종합적인 의료체계 구축과 최첨단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종합병원 건립을 최우선 조건으로 해 주민 건강 증진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종합병원 건립 사업 공모자격을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운영 중인 학교법인이나 의료법인으로 제한했다.


오는 2025년 특례시 출범을 앞둔 화성시는 현재 103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인구증가율 경기도 1위, 출산율 전국 2위를 기록 중이며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4번째로 인구가 많다.


하지만 관내에 종합병원(300병상 이상)은 1곳뿐이며 응급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6.6병상으로, 전국 평균인 14.1병상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동탄2지구 종합병원 유치를 처음 계획한 이후 14년 만에 사업이 본격화된 만큼 화성시도 의지가 상당하다.


그동안 LH와 화성시는 대규모 종합병원 유치를 위한 사업성 확보를 위해 인근 유보지 개발과 연계한 화성동탄(2)지구 개발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변경된 개발계획에는 대규모 종합병원 유치를 위한 의료시설용지·지원시설용지·주상복합용지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의료복합타운’ 조성이 담겼다.


또한 기존 의료시설용지 뒤편에 위치한 중심지원형 도시지원시설용지를 의료지원형 도시시설용지로 변경해 의료기관 및 연구소, 노인의료복지시설 건립 등도 가능해졌다.


최종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병원 입장에서는 새병원은 물론 의료클러스터 조성까지 염두해 둘 수 있다는 얘기다.


LH는 별도 평가위원회를 꾸려 확약서를 제출한 3개 병원에 대한 심사를 통해 오는 2025년 3월 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 종합병원 건립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에는 경기도 과천시가 ‘과천지구 막계동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다.


과천시에 의료 인프라가 전무하고 급속한 도시개발로 2035년 인구 14만명, 유동인구 12만명이 예상되는 만큼 반드시 대학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과천도시공사는 대학병원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으로부터 개발 제안을 받아 평가위원회를 구성·심의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할 예정이다.


지자체 잇단 러브콜에도 병원들은 일단 '관망' 

유치 위해 파격 조건 제시 예고…장기화되고 있는 의정사태도 영향


하지만 정작 병원들은 신중론을 견지하는 분위기다.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지자체 공모에 참여하던 분원 설립 열풍 당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게 불과 수 년 만에 대내·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 계획을 취소 또는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도드라진 상황 변화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축비다.


고금리 현상 장기화와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축비 인상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병원 건축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신축이나 증축을 추진하던 병원들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건축비 부담에 계획을 전면 보류하는 등 병원계 건설경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병상당 건축비가 10억원을 넘어섰다. 


10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설립하려면 무려 1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병상당 건축비는 지역이나 규모에 따라 천양지차이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3~5억원 정도가 통상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경제가 요동쳤고, 그에 따른 여파로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병상당 건축비도 10억원을 돌파했다.


설계비는 물론 자재비, 인건비, 장비비 등 모든 영역에서 단가가 오른 탓에 신축이나 증축을 추진하던 병원들이 난관에 봉착하는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건축비 인상과 함께 정부의 병상 제한 정책도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수도권·대도시에 과도하게 집중된 병상에 대한 구조조정 내용을 담은 제3기 병상수급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2024년부터 인구 수 등 병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지역은 병상을 더 늘리지 못하게 억제하고 병원 신설 또는 증설시 지자체와 복지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지자체가 병상관리 기준을 바탕으로 지역별 의료 이용 및 생활권 등 지역 상황을 고려해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오는 2027년까지 더 이상 병상을 늘리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의정갈등 사태 장기화로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고,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 참여 역시 일선 병원들의 분원 설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대내·외적 여건이 분원 추진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지 않은 이상 대학병원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원 설립 계획이 있는 병원들 대부분 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상황 변화를 관망하면서 적기를 살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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