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의료원이 경기도 과천시에 신규 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년간 상급종합병원 유치를 기다려온 평택 지역사회 반발이 커고 있다.

특히 당초 완공 계획보다 5년이나 늦춰진 상황에서 동시에 인접한 도시에 병원을 추가 건립한다는 소식에 비용적 측면은 물론 평택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상황이다. 

아주대의료원은 "평택 병원 건립 계획은 확고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가뜩이나 지연되고 있는 사업이 또 다시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9일 의료계와 평택시에 따르면, 아주대의료원이 포함된 컨소시엄은 최근 과천도시공사가 공모한 과천시 막계동 특별구역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부지에 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것이 아주대의료원 계획이다.

문제는 아주대의료원이 이미 평택 브레인시티 내에 500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립을 약속한 상태라는 점이다.

평택시는 급증하는 인구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 지난 2018년부터 아주대의료원과 접촉해 2019년 병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초 2026년 개원을 목표로 했던 평택 병원은 2031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아주대학교의 과천 병원 건립 소식은 7년을 기다려온 평택 시민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평택 시민사회단체 "평택은 뒷전으로 밀리나" 의구심 증폭 

평택시민재단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이들은 “막대한 재원과 의료인력이 필요한 대규모 병원 건립을 평택과 과천에서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사업성이 높은 과천에 집중하고 평택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는 평택시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기만적 행위”라며 “평택시는 지금이라도 아주대의료원과 체결한 협약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의 미이행 시 부지 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오늘(10일) 수원 아주대병원 본원 앞에서 대규모 규탄시위를 예고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논란이 커지자 평택시와 아주대의료원은 진화에 나섰다. 두 사안은 별개 추진 프로젝트로 평택시에 피해를 주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의 과천 신축 추진과 평택병원 건립은 별개 사업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과천 사업은 시행자가 부지와 건축비, 초기 운영비 일부까지 지원키로 한 만큼 아주대 자금 부담이 없고, 따라서 평택 사업에 차질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택병원 부지 계약도 이미 중도금까지 납부된 상태로 잔금만 남아 있으며 사업 시행자와 아주대 간 협약에는 사업이 지연되거나 불발될 경우 회수 조치에 대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며 “현재 의정 사태와 건축비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일부 지연됐지만 아주대 측은 평택병원 건립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단체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과천 추진으로 인해 평택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으며, 시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대의료원 “수원, 평택, 과천 잇는 삼각 의료 클러스터로 도약”

아주대의료원 역시 “과천 사업 참여에 대해 사전에 평택시와 수차례 소통하며 평택 병원 건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의료원 측은 이번 논란을 오히려 경기 남부권 의료체계 강화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아주대의료원은 “수원 본원과 평택 제2병원, 그리고 과천 제3병원을 잇는 ‘삼각 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해 권역 내 중증·응급의료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신중한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 A 교수는 “전국적으로 의료인력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두개 대형병원을 동시에 개원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보다 현실적인 인력 확보 및 재원 조달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지역사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