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정책으로 신경외과 양극화···척추 ‘쏠림’ 심화
장진우 이사장 “턱없이 낮은 원가보존율에 고난이도 수술 위험도 반영 안돼'
2018.05.02 05:34 댓글쓰기

오래 전부터 신경외과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비급여를 통해 보전이 가능한 ‘척추’ 진료에 전문의가 더 몰리고 그렇지 않은 파트는 외면 받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장진우 이사장(세브란스병원)[사진]은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결국 왜곡된 의료 제도로 비급여 진료가 가능한 척추 분야에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들 발길이 집중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척추가 무너지면 신경외과가 무너진다"
 

“척추가 무너지면 신경외과가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표현한 대목은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가감없이 대변한다.


장 이사장은 “문제는 조만간 실시될 정책에 있다”며 “신경외과 내에서 그럭저럭 척추 진료로 생존이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로 전환된다면 예상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과계 토론회에서 신경외과학회 등의 원가보전율은 70% 수준이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장 이사장은 “상대가치점수에 위험도가 반영돼 있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정부는 원가보전율이 70% 수준이라고 추산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며 “이는 정부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예컨대, 자동차의 총 판매가격에는 제품 하자에 대한 요소가 반영돼 있다. 하물며 자동차도 그러할 진대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 있어서는 왜 위험도가 반영되지 않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의료소송에라도 걸리면 배상금이 평균 5억원에서 10억원 가량 든다.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벤치마킹으로 완성된 현 건강보험제도는 미국, 일본 그 어떤 나라와도 유사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사명감만을 강조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며 “그나마 학회 이사장이라도 맡고 있기 때문에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후대에 미안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사실 장진우 이사장은 뇌 질환 치료에 있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의’다.


파킨슨병 등 운동장애질환과 난치성 간질의 수술, 얼굴 경련, 3차신경통, 난치성 강박장애를 수술로 치료하는 뇌정위기능수술에 관한 최고 의사로 인정받고 있다.


뇌의 손상이 전혀 없는 전극자극만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심부 뇌자극술을 통해 좋은 치료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보상 없는 사명감만 갖고 의료 수행할 수 없는 시대, 엉성한 시스템으로 한국 의료 후퇴"


장 이사장은 “종종 외국학회 초청을 받아 아시아, 미국, 유럽 등을 다녀와 보면 확연히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노력에 대한 대우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모든 분야가 사명감만을 가지고 일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엉성한 시스템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질적 수준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진행된 대한신경외과학회 정책연구 '대한민국 신경외과 전공의 피로도(Burn-out)'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앞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보면 80시간 미만 1명(2%), 80~100시간 미만 31명(34%), 100~120시간 미만이 38명(41%), 120시간 이상 21명(23%)로 집계됐다.
 

전공의 98%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는데 실제 평균 근무시간은 1일 약 13시간 32분, 1주일 104시간으로 파악됐다.


전공의특별법에 대한 전공의들의 인식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당 88시간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에 대해 상당 수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신경외과 특성상, 근무시간을 주88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전공의들도 현행 '전공의특별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더 많았던 것이다.


전공의들의 76% 이상이 현행 '전공의특별법'의 보완을 희망하면서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장 이사장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신체 피로를 동시에 느끼다 보니 이는 성취감 부족, 부적절한 자기옹호로 이어진다"며 "나아가 직업 만족도가 저하되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의료 과실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


장 이사장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정서적 압박을 받은 결과, 발생하는 일종의 고갈 상태로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점진적 과정"이라고 위기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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