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 전공의 부족→뇌사자 장기기증 침체 초래'
‘2018 생명잇기 세미나’서 우려감 제기, '장기구득 44% 일과시간 이후 진행'
2018.05.04 06:24 댓글쓰기

외과계 전공의 부족 현상이 뇌사 장기기증의 침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해외원정 장기이식이 높은 수준으로 꼽힌다. 암시장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지 않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을 통한 불법 원정장기이식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6년 미국장기이식학회지는 세계에서 원정장기이식이 가장 많은 나라로 타이완과 우리나라를 꼽기도 했다.


해외원정 장기이식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뇌사기증 활성화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2건에서 509건으로 급증한 해외원정 장기이식은 뇌사 장기 기증이 증가하면서 줄어드는 우하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뇌사 장기기증을 위해서는 외과계 의료진이 장기적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외과계 전공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뇌사 장기기증이 침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3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에서 대한이식학회가 사단법인 생명잇기, 한국장기기증네트워크,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2018 생명잇기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조원현 원장 이사장은 외과계 전공의 부족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 원장은 “뇌사를 관리할 외과, 중환자의학 의사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서울에 있는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 뇌사관리병원은 대부분 외과계 전공의들이 절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기증현장의 특성상 뇌사자 관리와 장기구득이 야간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외과계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인력난은 뇌사관리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517건의 장기기증 중에서 평일 18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일과 시간 외에 1차 뇌사조사가 있었던 경우는 전체의 33%인 173건이었다. 이후 단계인 뇌사 판정은 126건(24%)이 일과 시간 후에 이뤄졌다.


장기구득을 위한 수술실 입실 중 절반(44%)에 해당하는 207건이 일과 시간 후에 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장기구득이 일과 시간 외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들도 주당 80시간 근무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야간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부족 때문에 야간 의료공백이 생겨 뇌사 장기관리가 연기될 경우 기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조원현 원장은 “인력이 부족해서 장기적출이 연기되면 기증자와 장기를 잃게 된다”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뇌사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뇌사의 생리적 진행과정은 주말, 공휴일을 가려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인력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인력의 수가 줄어들어 장기적출을 할 팀이 없는 뇌사관리병원도 있다”라며 “지금 아니더라도 외과계 인력난으로 인해 향후 4~5년 내 뇌사를 관리할 의료진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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