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현장 떠나겠다는 전문의 붙잡을 수 없어'
김기수 대한신생아학회 회장
2018.04.14 06:51 댓글쓰기

“현재는 구속된 이대목동병원 P선생님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4년차 전문의를 따고 전임의를 하겠다던 동료가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려야겠다고. 앞으로 떠나는 이들을 더 많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애들 보면 볼수록 적자구조 답답"

법원이 투약 간호사를 제외한 3명의 의사들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후 그야말로 생명의 최전선에서 진료를 맡아왔던 신생아 전담 의사들에게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신임 최대집 당선자를 주축으로 의료진 구속을 둘러싼 반발감에 집단휴진도 각오하고 있는 반면 복지부는 원칙적인 대응을 천명하며 첨예한 대립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던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방향을 다소 선회했다. 수 일 전 발표된 대한신생아학회의 성명에 진정성을 느꼈다는 게 그 이유다. 

올 상반기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신생아중환자실 관련 안건을 올려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신생아들을 그 동안 지켜오기 위해 밤낮을 고민했던 의사로서 신생아학회의 표정이 그리 밝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동료의사들 하루아침에 범죄자"

대한신생아학회 김기수 회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사진]은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아픈 아기를 치료하는 것을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헌신했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물론,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이대목동병원 신생사 사망 사건에서 해당 의료진의 책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김기수 회장은 “이제는 제자나 후배들에게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에 관해 어떤 말조차 할 수 없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적자 현실에 대한 경고는 계속 있었지만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인력구조가 한국과는 판이하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명의 중환자실 전담의가 환자 6명, 일본은 환자 7명을 돌보지만 우리나라는 세부전문의로 따지면 13명의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


김 회장은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신생아 집중치료 성적이 낮은 것도 아니다. 국제적으로 상위 수준에 육박해 있지만 이번 사건만을 놓고 본다면 어두운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의사들이 신생아 전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며 “생명의 최전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존경이나 보상은 너무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십 수 년 전부터 신생아 중환자실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성인 중환자실도 문제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의 경우 병원으로서는 환자를 볼수록 적자가 발생하면서 의료의 질과 박자를 맞출 수 없었다. '병상 당 1억원 적자'라는 말이 수식어처럼 돼 버린 현실이다.


병상은 늘었지만 전문인력은 제자리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가 신생아 중환자 치료에 있어 이례적으로 100% 수가 인상을 실시하면서 당시 부족했던 병상 수가 늘며 숨통이 트이는듯 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정부 지원으로 병상은 늘었지만 이에 부합하는 인력 확보는 한참이나 뒤떨어졌다.


김기수 회장은 “병상 운영 조차 힘겨웠던 지난날에 비하면 의미있는 수가 인상이었다”며 “병실이 없어 신생아들이 병원을 전전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정작 전문인력은 제자리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의료현장에서는 신생아 전담인력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이는 여실히 확인됐다.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날은 당시 전공의들이 사표를 낸 후 일시적 공백이 생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복지부는 의료기관정책과를 신생아중환자실 관련 전담부서로 결정하고 신생아 세부전문의 인력 및 수가개선 등을 추진키로 했다.


그는 “적정성평가나 의사 수에 따른 수가 가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적정 의사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해야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빠른 결단력으로 실행하길 바란다”며 “결코 이번 일은 의료진 개
인의 책임보다 구조적인 시스템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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