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암센터 역할 '저조'…암환자 절반 '수도권행'
환자 유출 방지 개선전략 보완 필요, 광주 백혈병-대전 고형암-울산 뼈‧결합 조직암
2023.05.01 06:57 댓글쓰기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체계 수준 향상 및 환자 유출을 막기 위해 각 지역에 암센터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개선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암환자 가운데 절반은 진료를 위해 타지역, 대부분 서울을 포함 수도권을 찾는 원정진료를 택했다.


정혜란 울산대학교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질병별 관련성 지수 지역별 변이 및 필수의료 분야: 국내 2016~2020년 후향적 자료 분석’에 대한 논문을 JKMS에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지역 차원 의료전달체계를 정밀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방 환자들 의료서비스 이용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도 차원에서 필수의료서비스 분야별 및 질병별 관련성 지수 추이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개한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17개 지역 필수의료 분야 지역 관련성 지수를 분석했다.


관련성 지수는 전체 의료이용률 대비 해당 지역 주민들 이용률을 의미하며, 환자유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입원 또는 외래진료를 이용했다면 해당 사례가 분자에 추가돼 관련성 지수를 높이지만, 타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추가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성 지수가 감소한다.


연구팀은 필수의료 분야를 ▲외상치료 ▲심뇌혈관질환(Cardiocerebrovascular) ▲산모·신생아질환(Maternal and neonatal) ▲정신건강질환(Mental health) ▲감염질환(Infection) ▲암질환(Cancer) ▲노인요양 재활치료(Older adult’s care and rehabilitation) 등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관련성 지수는 ‘감염질환’이 평균 86%를 보이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암질환’은 평균 58.8%로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충청남도는 43.9%로 세종시를 제외하고 가장 낮게 나타났다.


암 질환에서 관련성 지수가 제일 낮은 영역은 ‘골(骨) 및 결합조직암’(39.0%)이었고, 난소암(46.5%), 구강암(49.0%)이 뒤를 이었다.


그 외 분야는 ▲심뇌혈관 79.7% ▲산모 및 신생아 77.4% ▲노인요양 재활치료 75.8% ▲정신건강질환 74.9% 등이었다.


"의료전달체계 정책,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원정진료가 분석 기간 동안 대다수 분야서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뇌혈관 영역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관련성 지수 변동폭은 2%p 이내였다.


오히려 산모 및 신생아 영역은 관련성 지수가 2016년 79.1%에서 2020년 77.4%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필수의료 분야 중 암 질환 관련성 지수가 가장 낮게 나타나 개선 전략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암 치료는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 내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관련성 지수가 더 떨어진 산모와 신생아 영역은 산부인과 소외지역 지원사업 등 산모·신생아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달체계 개선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지역별 의료전달체계 정착을 위해 공공의료네트워크계획, 지역의료진흥계획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국 17개 권역 70개 소구역에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했다. 


지정된 의료기관은 외상진료, 심뇌혈관, 산모·신생아, 정신건강, 감염, 암, 노인요양 및 재활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지역 간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역민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필수의료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한 “암 유형에 지역 간 편차가 있었다”며 “백혈병은 광주에서 가장 낮은 관련성 지수를 보였고, 대전에서는 고환암, 울산에서는 뼈 및 결합 조직암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실효성 있는 지역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적 특성에 맞는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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